(상)「히로시마 죄의식」에 사로잡혀 미는 핵무기 사용을 주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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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기자

미국무성이 27일 공표한 비밀문서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을 다룬 것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나기까지의 한반도의 사태와 중공개입으로 전혀 새로운 모습을 띠게된 군사사태 및 국제외교 활동상을 담고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1950년11월4일「허버트·로퍼」준장(미 육군병참모실의 원자력담당 보좌관)이 국무성으로「폴·니츠」정책입안국장을 방문하여 중공군의 개입에 대한 대항책으로 원자탄을 사용하는 문제가 처음으로 논의됐다.
「니츠」가 정리한 토의내용을 보면 원자탄을 사용 것이라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대집결지와 포병 지원 부대들에 대한 전술적 목표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니츠」와「로퍼」는 원자탄을 사용해도 그것이 군사적으로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원자탄을 사용할 경우 소련의 참전을 야기하고「아시아」인들로 하여금 미국에 대항하게끔 유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니츠」는「극비」로 된 이 문서에 기록했다.
원자탄사용문제는 그 뒤에도 11월8일「존·에머슨」국무성극동국정책자문관이「딘·러스크」국무차관보에게 보낸「메모랜덤」에서 재론되고 있다. 이「메모랜덤」에서「에머슨」은「러스크」에게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이 중공에 원자탄을 사용할 경우 그것은 가장 중요한 군사적 고려 하에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재래식 무기의 사용으로써는 쟁취될 수 없는 것이나 수많은 인명과 탄약의 소모 하에서만 쟁취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중대한 결과를 발생하는 곳에 원자탄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도시가 산재해있고 산업화의 정도가 낮으며 지역이 광대하기 때문에 중공에는 핵 폭탄의 적절한 목표물이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핵 폭탄의 목표물은 도시·산업시설·특수상황 안에서 인원과 물자가 집중된 지역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목표물에 따라 정치적 효과도 달라질 것이다.「히로시마」와「나가사끼」를 재현한다면 가장 해로운 반발을 낳고 세계여론에도 유해한 충격을 줄 것이다. 핵 폭탄은 미국의 교활한 성질이 낳은 기괴한 괴물처럼 여겨져 어떠한 상황에서건 그것을 사용하면 미국에 심각한 해를 끼치도록 이용당할 것이다.
-국제적인 인정을 받지 않고 중공에 대해 핵 폭탄을 사용하면 미국의 도덕적 입장이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다.
중공이 차지하고 있는 도덕적·정치적·심리적 입장은 소련의 그것과는 반대되기 때문에 중공에 핵 폭탄을 사용하는 것은 소련에 대해 핵 폭탄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효과를 전 세계에 줄 것이다.
-핵 폭탄을 사용하면 한국에서「유엔」의 공동행위에 의해 지금까지 유지돼온 단결이 파괴될 것이다.
한국에서의 행동을 지금까지 지지해왔던 많은 국가들은 핵·무기사용을 비난하고 개탄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그 결과 세계의 안전유지라는「유엔」의 이념에 이탈이 생기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단합한다는「유엔」의 앞으로의 발전을 분쇄하는 일격이 될 것이다.
-만약 소련이 제3차 세계대전을 준비하고 있다면 미국이 핵무기의 사용으로 그 도덕적 입장이 구제불능의 침해를 당하는 반면 소련은 최소의 비난밖에 받지 않을 것이므로 소련으로 하여금 전쟁에 개입하도록 고무하게 될 것이다.
-다음번 원폭이「아시아」인들에게 가해진다면「아시아」전역에 팽배해 있는 인식이 격동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우리가 일본과 중공에 대해서 사용하기 위해 원폭을 보유한다는 공포심이 확인되는 것이다.「아시아」인들을 우리측에 확보하려는 노력은 무효화되고「아시아」비공산국에 대한 영향력은 거의 영으로 돌아갈 것이다.
-결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원자전에 종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을「아시아」에 깊이 개입시키고 다른 전역(즉「유럽」과 같은 다른 지역전쟁)에 참전키 위한「아시아」에서의 철수를 곤란케 할 것이다. 한편 우리가 원폭으로도 결정적 효과를 얻지 못하면 우리의 세계적 입장은 위태해질 것이다.「카터」미 행정부가 한국에 배치되어 있는 전술핵무기를 철수하겠다고 생각하는 입장의 배후에는 어차피 미국이 다시「아시아」에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가 없다는 확신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통한 소식통들과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히로시마」와「나가사끼」에서 원자폭탄을 사용한 미국이 다시「아시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면 미국의 핵무기는 황색인종에 대한 것이라는 맹렬한 비판을「아시아」사람들로부터 받을 것을 미국은 두려워 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