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 민간어협은 가능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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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월1일부터 소련의 2백 해리 어로전관수역 발효와 이에 따른 우리어선의「캄차카」어장 철수는 북양명태잡이 어업의 치명적인 타격을 예고하는 것이다.
소련령「캄차카」반도부근 어장은 우리 북양어업의 주 어장으로 북양어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했던 곳이다. 우리의 북양「트롤」어업의 작년 어획고 50만7천t중「캄차카」근해에서 잡은 명태가 35만7천t이었다.
우리의 북양 어획 실적 중「캄차카」반도 부근 어장이 차지해온 비중은 73년에 98.7%, 74년에 83.3%, 75년에 97.4%, 76년에 70.4%로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의 북양어장이라야「베링」해와「알래스카」부근인데 작년에 약간의 실적을 올렸을 뿐, 그전까지의 실적은 극히 미미했던 것이다.
이런 처지에「캄차카」부근 어장에의 출어길이 막히게 되면 그 동안 우리국민의 값 싼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북양 어업은 거의 문을 닫는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더구나 미국연안에서의 어로작업마저 일단 7만8천7백t의 어획「쿼터」로 묶이고 말았으니 출어선을 전환하고 말고 할 여지조차 없다.
이미 수년 전부터 바다에 대한 연안국의 관할권이 2백 해리로 확장되는 추세였기 때문에 우리 북양어업은 미리부터 이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세웠어야만 했다. 그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로는 세 가지가 가능했다. 첫째 북양어업의 출어선을 그래도 얘기가 통할 수 있는 미국 연안쪽으로 전환해 미국의 어획「쿼터」를 많이 확보하는 방법. 둘째 대소접촉을 강화해 전관수역이 발효될 경우 계속조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를 강구해 놓는 길. 세째로 그도 저도 어려우면 북양어업의 의존도를 줄여 그 여력을 연근해 어업이나 다른 원양으로 돌려는 방법 등이다.
그러나 이미 이 세 가지 길 중 셋째방법 이외에는 모두 그 전망이 좋지 않은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사태에 대비해「캄차카」출어를 줄이고 미국연안 출어를 늘렸으면「쿼터」책정의 중요 기반이 될 어획실적이라도 쌓을 수 있었으련만 발동에 불이 떨어진 작년에 가서야 부랴부랴 출어선을 바꿔보려 했으니 별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중에도 미국이 금년도 대한어획「쿼터」로 7만8천7백t밖에 책정해주지 않은 것은 너무도 야박한 일이긴 하나, 현실적으로 그「쿼터」량이 크게 재조정될 전망은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캄차카」부근에서 어로를 재개 할 수 있겠느냐하면 그 전망은 더욱 흐리다.
물론 소련이 조금만 융통성을 가지면 한·소간에 국교가 없더라도 어업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국교수립전의 일본과 중공처럼 민간어업협정을 체결해도 되는 것이고, 관계국간에 다자조약을 만들어 사후에 우리가 가입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또 일방적으로 소련이 과거에 그 수역에서 어로실적을 가진 나라나 어선에 대해 일정한 규제조건을 제시하고, 우리 어선이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문제는 소련이 북괴의 방해를 무릅쓰고 한·소 어업문제의 합리적 해결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겠느냐다.
우리로선 그 전망이 흐리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비우호국과의 교섭은 성격상 조용한 가운데 수행되어야 하는 만큼 우리의 성실한 자세를 전하는「시그널」로서의 목적이외에 대소교섭을 운위하는 소리를 너무 떠벌리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대소교섭을 시도해 본다 하더라도 그 전망이 극히 흐린 것이 사실이라면 결국 현실적으로는 북양어업의 활로를 연근해와 다른 원양에서 찾는 길밖에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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