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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과 박물관이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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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전통과학의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과학기술 박물관 설립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금속활자 측우기 등 세계에 자랑할만한 전통 과학유산이 많이 있으나 모두가 산재해 있는 데다 기껏 민속품이나 예술품으로 취급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들을 한 곳에 모아 보존·전시함으로써 전통과학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과학기술 시대에 살고있는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갖게 하자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사』의 저자인 전상운 교수(성신여사대)는 현재 천문도·풍향계는 창경원.인쇄 기구는 민속박물관(경복궁), 측우대는 세종 기념관(서울홍릉) ,측우기는 중앙관상대 해시계·도량형기는 창덕궁 등에 분산되어 있고 그나마 미와 형태만을 중요시하거나 역사적인 유물로만 다루고 있을 뿐 그 생산·변천과정은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우수한 발명품은 물론, 사라져 가는 과학기술 유산을 찾아 이에 대한 보존 및 전시·연구·교육의 3대 기능을 갖는 박물관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운 교수(한양대)와 송상용씨(서울대 강사·과학사)도 우리 나라의 박물관은 일반적인 문화재에만 치우쳐 있는 데다 역사적 고증에 중점을 둘뿐 과학사관은 전혀 무시된 형편이라며 학문이 분화되고 있는 만큼 박물관도 전문화 되어야하며 그럼으로 해서 이곳에서 훌륭한 「아이디어」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6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구미의 과학기술박물관을 들러본 이병훈 교수(전북대)도 일본의 「과학박물관」, 서독의「과학기술박물관, 「영국의 과학박물관」과 「역사박물관」, 미국의 「스미드·소니언 박물관」, 「자연사박물관」, 「역사기술박물관」, 「항공박물관」, 「시카고 산업박물관」등 국립·주립 과학기술 박물관이 나라마다 수 개씩 있다고 말하고 우리도 과학기술의 유산을 한데 전시함으로써 조상의 슬기를 배우고 사회 교육·학교 교육에도 이바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또 외국에서는 현대적 전시·교육 방법으로 과학기술의 개념과 사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힘을 길러주는 등 그 기능은 크다고 전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일제시대인 1926년에 개관된 은사기념 과학박물관(현 통일원자리)이 있었으나 6·25때 완전 소실되었고 72년에 이전 개관한 현재의 국립과학관에 2백 80여점이 전시되고 있지만 거의가 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현대과학기술 위주의 전시내용이어서 박물관의 성격은 띠지 못 하고 있다.
김원룡 박사(서울대 박물관장)도 우리의 전통 과학기술을 동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세계 과학기술사에 끼친 영향을 밝혀주고 후손들에게 우수한 과거의 전통을 알려주는 과학기술 박물관은 어떤 형태로든 필요한 것이라고 찬성하고 있다.
어쨌든 흩어져 있는 그리고 사라져 가는 한국 과학기술 유산과 과학 선구자에 대한 자료를 수집, 보존·전시하여 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 그 우수성을 과시하고 아울러 보존과학 등 부진한 연구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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