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개발과 자금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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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원개발 10개년 계획의 성패는 결국 재원조달에 달려있다. 정부가 오는 86년까지 21개의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은 매우 의욕적이지만 총1백13억 「달러」에 달하는 내 외자를 마련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외자45억「달러」의 확보도 지금으로서는 낙관하기 힘들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오히려 내자 쪽에 더 쏠리는 것 같다. 이 계획을 실현하자면 줄잡아도 3조원이 넘는 내자가 뒷받침되어야한다. 이 방대한 자금은 결국 정부 재정과 소비자가 같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전원 개발 계획의 구체적 실행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과연 얼마만한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의「에너지」요금정책이나 정부투자 추세에 비추어 필경 국민부담도 그만큼 늘어나리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따라서 장기 전원 개발계획은 막연히 발전소 건설계획만 운위하기보다는 자금계획을 개괄적으로나마 구분하여 외자·재정·민간의 부담한계를 어느 정도까지는 윤곽 지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의 재정계획을 미리 세우는 일이 큰 실효는 없겠지만, 장기 수급의 차원이나 이로 인한 소비자 부담의 과중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불가피 할 것이다.
이 계획 대로면 86년에는 총 발전용량이 지금의 4백80만kw에서 1천8백만kw로 거의 4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발전용량의 증설 못지 않게 발전효율증대가 시급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현재의 설비용량이 4백80만kw인데 비해 최대출력은 3백70만kw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설명한다.
결국 1백10만kw의 설비가 유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은 그 동안의 설비증설이 얼마나 부실하게 추진되었는가를 반증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발전소 건설비용을 kw당 4백 「달러」로 환산해도 거의 2천억원 이 넘는 시설이 사장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하여 낡은 송배전 시설로 인한 전력낭비까지 고려하면 그 비효율은 실로 엄청날 것이 아닌가. 이런 낭비는 애당초 충분한 기술검토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싼값으로 설비부터 늘려놓자는 안일한 생각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전원개발에서는 이런 부실 건설의 소지를 현저히 없애기 위해 사전기술검토를 완벽하게 거쳐야 할 것이다. 건설단가나 공정 못지 않게, 기술적합성이나 설계능력에도 세심한 고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건설과정의 부실 외에도 자금「코스트」를 줄이는 일이 한전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투자수요가 커질수록 자본비용의 중요성도 커지기 마련이므로 더욱 신중하게 구별될 필요가 있다.
이자부금의 과중은 한전 경영 부실과도 연관되므로 정부로서도 전력사업의 자본비용절감을 위해 적절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계획에서 두드러진 점은 당초보다 수력발전의 비중이 축소된 점이다. 이런 방향 전 한이 당면한「에너지」절약시책이나 공해대책과 어떻게 조화되는지도 관심을 모은다. 투자재원의 제약 때문이라면 몰라도 장기대책으로서는 문제가 없지 않다. 반면 조력발전이나 양수발전의 건설은 전원개발의 새로운 측면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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