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파워'에 LPGA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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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비스코 챔피언십의 최대 스타는 우승자인 파트리샤 므니에-르부크도, '영원한 우승후보' 아니카 소렌스탐도 아닌 재미교포 소녀골퍼 미셸 위(13.한국이름 위성미)였다. 비록 막판에 퍼팅 난조로 무너지기는 했으나 전 대회를 통해 그가 보여준 뛰어난 경기력은 골프 전문가와 팬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 언론은 미셸 위를 '여자 타이거 우즈(tigress)'로 호칭했다. 팜 스프링스 지역의 대표적 신문인 '데저트 선'은 30일자 스포츠면 1면 전체를 미셸 위 사진으로 덮었다. LA타임스도 30일 스포츠면에 므니에-르부크나 소렌스탐 사진 대신 미셸 위 사진을 크게 실었다.

4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한 소렌스탐은 경기 후 미셸 위의 어깨를 세번이나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소렌스탐은 "매우 인상적이며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앞으로 대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 위는 3백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드라이버샷이 남자프로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 같은 장타의 비결은 1m83cm의 큰 키와 긴 팔이 만들어내는 큰 스윙 아크, 그리고 '레이트 히팅'으로 대표되는 완벽에 가까운 스윙자세다. 아이언샷도 나무랄 데가 거의 없다. 매너도 좋고, 당돌할 정도로 배짱도 있다.

미흡한 것은 퍼팅이다. 미셸 위는 3라운드까지는 90개의 퍼트를 해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4라운드에서는 무려 38개의 퍼트를 했다. 한 라운드에서 36개가 넘는 퍼트를 했다는 것은 아마추어 수준의 퍼팅 실력임을 말해준다.

캐디를 맡았던 아버지 위병욱씨는 "나나 성미나 이런 어려운 그린은 처음 겪어본다"고 말해 그린 파악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실전 경험이 부족하고, 전문 캐디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단점은 그리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골프해설가인 자니 밀러는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지게 마련"이라며 빨리 성공하겠다는 성급함만큼은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미셸 위와 아버지 위씨는 "우선 고교에 가고, 그 다음엔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하는 게 목표다. 대학을 마친 뒤 프로가 될 생각"이라고 말한다. 서두를 생각이 없는 것이다.

하와이 푸나호우스쿨 8학년인 미셸 위는 지난해부터 플로리다주에 있는 데이비드 레드베터 골프스쿨에서 체계적인 스윙지도를 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골프 외에도 농구.수영.체조.테니스로 체력을 다져왔다.

미셸 위는 오는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CJ나인브릿지클래식을 비롯, 앞으로 5개 LPGA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PGA 투어도 초청을 받으면 나갈 생각이다. 벌써 캐나다 투어 2개 대회로부터는 초청을 받은 상태다.

란초미라지=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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