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高2低에 괴질까지 겹쳐 속타는 항공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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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으로 '2低(경기.탑승률) 2高(유가.환율)'에 시달리던 항공업계는 괴질까지 겹쳐 5중 악재를 만나자 '4월은 잔인한 달'이라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3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달 탑승률은 72%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8%포인트 낮아졌다. 미주노선 탑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포인트, 동남아.유럽은 12%포인트 떨어졌다.

이 같은 수치는 9.11 테러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2001년 9월(평균 7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동남아 탑승률이 65%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15%포인트 낮아지는 등 노선별로 5~15%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세계 경제 침체로 관광.출장 등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괴질 파동이 겹치자 예약률도 7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동남아 노선은 1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여행사에 판매한 단체좌석을 포함한 수치라 실제 탑승률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특히 골프 여행객은 신정부의 골프 자제 분위기와 맞물려 거의 전부가 예약을 취소하고 있으며 신혼여행객들도 제주도 등으로 목적지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항공유와 원화 환율도 항공사에는 큰 걱정거리다.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연간 3백억원, 아시아나는 1백억원 정도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라크 전쟁 발발 전 45달러에 육박했던 항공유 가격은 현재 싱가포르 항공유 현물시장 기준으로 배럴당 29달러 선이다. 대한항공 서강윤 부장은 "1분기 평균 34달러, 연평균 31달러 기준으로 경영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에 아직 문제는 없으나 전쟁이 장기화하면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초 1천1백50원 선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천2백50원 선까지 오른 것도 부담이다. 실제로 연평균 환율 1천2백원을 예상한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백억원이 추가로 든다. 아시아나도 연간 45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김창우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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