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법인의 높은 배당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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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장법인의 경영실적이 지난해 중 크게 개선된 사실은 그 자체로서 고무적이다. 자본시장의 공신력이 언제나 문제되어 온 현실에서 볼 때 비록 소폭이긴 하나 상장회사들의 경영개선이 주는 의미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 시장육성을 너무 서둘러 가끔 투자대상이 될 수 없는 부실경영 기업까지도 상장 공개되어 온 점을 생각하면 공개법인의 경영충실화는 증시의 공신력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증권업계의 분석으로는 평균 배당률이 24·4%에 이르러 사상 최고였다는 지난 74년 수준을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업계설명으로는 중동진출을 본격화한 건설업과 수출이 크게 늘어난 전자공업, 그리고 매출액 증가가 현저했던 종합 무역상사들의 배당률이 특히 높다는 것이다.
반면 고무·「플라스틱」·피혁·전기 등 내수산업을 중 심한 일련의 기업들은 수익률과 배당률이 모두 저조하여 업종별 명암이 더욱 분명해졌다. 이는 그 동안의 각종 지원책이 너무 수출산업 중심으로만 집중된 결과로 보여 산업간 균형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의 높은 수익률이 단순한 매출액증가나 가격 인상에 힘입었는지 또는 기업내부의 경영 력 제고에 더 의존했는지는 한번쯤 따져 볼만한 가치가 있다. 사상최고의 순익과 배당률의 실현이 그에 상응하는 경영구조의 개선과 결부되지 않는 경우, 장기적인 경영안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연구기관의 분석으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76년 중 재무구조의 악화를 경험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8·3조치 이후 약간씩 개선되어 온 재무구조가 지난해 중 다시 악화되었다는 사실과 높은 배당률의 실현이 어떻게 조화되는지 음미해 볼만한 일이다. 자본비용의 증가를 충당하고도 순익이 늘어날 수 있다면 아직도 우리경제는 구조적인「인플레」속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높은 배당이 경영의 실질적 내용과 유리된 과시적 배당이거나 주가유지를 위한 고육지계라면 이는 자본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에 오히려 역행할 수도 있다. 상장법인의 과도한 배당마력을 배제하는 일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정책이 이를 적절히 유도해야 한다. 특히 재무구조가 점차 나빠지는 상태에서 높은 배당압력이 지속된다면 투자의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기업의 내부축적의 여지는 점점 더 없어지고 재무구조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컨대 높은 배상 율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증권당국으로서는 다각적인 분석과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4차 5개년 계획기간에는 기업저축의 중요성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높아질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긴요하다. 지금 계획으로는 이 기간 중 총 투자의 50%이상을 기업저축으로 메울 수 있어야 목표성장의 달성이 가능하다.
현재의 기업저축이 총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30%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여간한 내부축적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자본시장의 육성은 이런 측면에서도 함께 고려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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