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땅 '신도시 거품'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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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경기도 성남시 판교 신도시 주변 땅을 살 때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시가 판교 신도시 인근 지역의 마구잡이 개발을 막기 위해 이 일대 논.밭에 대한 개발허가(농지전용허가)를 잘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성남시는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발허가요건을 대폭 강화한 시 조례를 제정, 7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개발허가가 까다로워지자 허가를 받은 땅과 그렇지 않은 땅의 가격차이가 최고 두배까지 벌어지고 있다. 판교 신도시 예정지 남쪽의 성남시 백현.궁내동 일대 보전녹지 논.밭은 이면도로 기준으로 개발허가를 받은 땅의 경우 평당 2백50만~3백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바로 옆의 허가를 받지 않은 땅은 평당 1백50만~2백만원으로 1백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허가를 받기 어려운 논.밭은 평당 1백만원 이하에도 매물이 나와 있으나 찾는 사람이 없다고 이곳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전한다.

백현동 신판교LG공인 이상률 공인중개사는 "성남시가 4m 이상 도로와 상수도시설을 갖춘 논.밭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농지전용허가를 내주고 있다"며 "요건을 맞춰 허가를 받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곡동 일대 이면도로 논.밭도 허가를 받은 땅은 평당 3백만원을 줘야 살 수 있으나 허가를 받지 않은 땅은 1백50만~2백만원선에 그치고 있다. 본터공인 이상봉 사장은 "판교 신도시 인근 논.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외지인의 경우 반경 20km 이내 농업인이 아니면 매입할 수 없다"며 "하지만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놓으면 외지인도 살 수 있어 '허가 프리미엄'이 다른 지역보다 많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상수도 시설이 거의 없어 개발허가를 받기 어려운 대장동 일대 땅값은 약보합세다. 대장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건물을 짓기 위해선 이곳에서 4~5km 떨어진 금곡동에서 상수도를 끌어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허가를 내기 어렵자 값도 약세"라고 말했다. 이 일대 논.밭은 평당 1백만~2백50만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5% 정도 빠졌다.

원주민들이 신도시 내 땅을 조성원가의 60~70%에 불하받아 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이주자택지값이 2억5천만~2억6천만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천만원 올랐다.

판교동 동판교부동산 윤승구 사장은 "이르면 10월께 토지보상이 나올 예정인 데다 신도시 주변에 건축을 제한하면서 프리미엄이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앞으로 허가를 받은 땅은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판교 신도시 주변의 마구잡이 개발을 차단하기 위해 이 일대를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으로 지정, 허가기준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며 "다만 허가를 받아놓았을 경우에는 제외된다"고 말했다.

아름투자개발 이상준 사장은 "개발행위 규제가 심해지고 있으므로 전원주택 등을 지으려는 투자자는 가급적 허가를 받은 땅을 고르되 장기 투자자의 경우 도로여건 등을 따진 뒤 매입해야 낭패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국컨설팅 유성원 실장은 "건축허가를 받아놓고도 최장 2년간 개발을 하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될 수 있으므로 묻어두기식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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