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아이슬란드」의 온천수 「비닐·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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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이슬란드』는 빙하와 빙하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나라다. 화산도로서 언제 또 폭발하여 화하라 할 불타는 용암류가 빙하를 뒤덮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버스」는 용암 대지를 50여㎞ 오르내리다가 「딩벨리트」 저지에 이르렀다. 이 지대에는 호수가 있으며 이 나라에서는 가장 좋은 지형을 이루고 있어서 일찌기 8백70년대에「바이킹」들이 이주해 와서 살았다고 한다.
주로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지었는데 여기 온 「바이킹」들은 한때 「유럽」을 괴롭혔던 그러한 호투적인 「바이킹」이 아니라 이 「딩벨리트」 저지는 세계에서 맨 처음으로 의회 제도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유물이며 유적은 거의 없으니 「바이킹」들이 이주했다는 최초의 의회 제도는 형이하가 아니라 형이상의 역사가 되는 셈이다. 분명히 시간 속에는 존재하건만 공간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런 사실이 더욱더 역사의 「노스탤지어」를 자아낸다.
각 지방의 집회인 「딩」(Thing)이란 직관들이 이 저지에 모였는데 「아이슬란드」전도를 모체로 한 종합적인 기관으로서 모일 때에는 「알딩」(Althing=총집회)이라고 불렀다.
이 「알딩」이 930년에 제1회 집회를 연 뒤부터는 매년 여름철 2주간의 회기로 소집하여 재판이며 입법 등의 의결을 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하늘을 지붕으로 하고 울퉁불퉁한 용암 땅을 건물로 하여 이른바 노천 의회를 연 것이다.
어 노천 의회에 모일 때에는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조랑말인 「포니」를 타고 오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이 조랑말이 이 섬의 중요한 교통기관으로 쓰이고 있다.
이 노천 의회의 자취를 더듬고는 「굴포스」폭포를 찾았다. 약 50m의 낙차로 용암 대지의 좁은 골짜기로 힘없게 떨어지는데 예나 다름없이 장관이었다.
이 수량은 주로 빙하가 여름철에 녹아서 흘러 떨어지는 것인데 나의 몸에 아로새기기 의하여 이 폭포수를 한 모금 떠서 마셨다.
다음에는 「가이지르」간헐천 지대를 찾았다. 이곳은 화산 활동의 여세로 땅속에서 반사적으로 뜨거운 물이 솟구친다.
「아이슬란드」섬에 이 간헐천이 약7백 군데나 된다고 하는데 주로 남서부에 모여 있다.
이런 간헐천이며 온천물을 「파이프」로 끌어다가 각 가정의 난방·옥외수영장·목욕·세탁장들에 이르기까지 무료로 공급하고 있으니 이 간헐천 지대야말로 연료의 보고다.
옛 기록을 보면 간헐천은 17세기 무렵에는 24시간만에 한번씩 규칙적으로 크게 치솟아서 때로는 1백m높이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제네바」의 호수에 있는 대분수도 이만한 높이에 이르지만 이 「아이슬란드」의 옛 간헐천은 유독 커다란 물기둥이 1백m에 이르러서 장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뒤 어찌된 셈인지 불규칙적으로 되어 일주야에 3, 4회로 바뀌었고 또한 대 지진으로 천갱이 파괴되어 한 때는 분출 활동이 중단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간헐천의 원리에 대해서는 1810년 「매킨지」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연구했으나 아직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고 한다. 현재로는 규모가 미국의 유명한 「옐로스토운파크」의 간헐천에는 미치지 못하나 「아이슬란드」는 무려 7백 개나 되니 크고 작은 이 간헐천에서 뜨거운 물이 주문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힘있게 내뿜는 것은 「자연 분수」의 대 군무와 대 교향악을 이룬다.
간헐천이 많은 남서부 지방에서는 땅속의 뜨거운 물을 이용한 「비닐·하우스」의 온실 재배가 그전에 왔을 때보다 더 활발했다. 지하의 열수는 태양열보다 더 혜택을 주고 있으니 이 나라 농업에는 매우 귀중한 자원이다. 오이·일년감을 비롯한 가지가지 야채들을 대대적으로 가꾸는가 하면 열대 유물인 「바나나」도 많이 재배하고 있다. 「바나나」는 열대에서 나는 자연생보다는 작지만 맛은 그에 못지 않았다.
이 「비닐·하우스」에서는 식물뿐만 아니라 열대 화초를 가꾸는가 하면 앵무새도 기르고 있었다. 불과 몇 ㎜밖에 안 되는 얄팍한 「비닐」종이를 씌운 온실은 고스란히 열대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이 다 땅속의 열수 덕택이다. 한겨울에는 몹시 춥건만 「비닐·하우스」열수를 조절하여 온대·아열대·열대의 오만가지 유물이며 동물을 기를 수 있으니 세계 생물의 전당이 될 것만 같았다.
이번 여행 목적지는 북극권이지만 여정 관계로 「유럽」에서 제일 큰 「바트나조쿨」빙하를 가보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다. 「그린란드」로 가기 위하여 「레이캬비크」로 돌아와서 여객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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