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종신보험 100배 활용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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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유행의 정의를 굳이 내리자면 '뭔지 잘 몰라도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 하는 것' 정도가 되지 않을까.

종신보험은 요즘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유행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된 지 서너 해밖에 되지 않았지만 5백50만명이 종신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20세 이상 성인 남녀 여섯명 중 한명꼴로 종신보험에 든 셈이다.

하지만 모든 유행이 그렇듯 종신보험에 대해 제대로 알고 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종신보험을 노후 대비 상품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보험에 든 사람(피보험자)이 죽거나 1급 장해를 입었을 때 가족들(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게 종신보험의 주된 기능이다.

노후 대비가 아니라 유사시 가족의 최저생계 보장이 목적인 셈이다. 물론 여기다 각종 특약을 적절히 첨가해 가족의 건강과 사고에 대한 보장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잘 설계하기만 하면 '가장 명의의 종신보험=온 가족 보험'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행도 알고 따라 하면 실속을 챙길 수 있는 법이다. 종신보험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나 이미 가입한 사람 모두 이제라도 꼭 알아둬야 할 '종신보험 1백배 활용법'을 소개한다.

◆'전환 종신보험' 적절히 활용하자=종신보험에 들고는 싶은데 암보험.상해보험 등 이런저런 보험에 많이 들어놓아 부담이 된다면 최근 삼성.교보생명이 내놓은 '전환 종신보험'을 고려할 만하다.

이 상품은 기존에 든 보장성 보험의 책임준비금(보험사가 만기 때 고객에게 보험금으로 지급하기 위해 모아놓는 돈)을 새로 가입하는 종신보험의 보험료로 전환해 준다. 이렇게 한꺼번에 목돈을 넣고 부족한 만큼만 매달 보험료로 나눠 내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우 기존 보험을 해약해야 했기 때문에 얼마 안되는 해약환급금만 고객에게 돌아갔지만 '전환 종신보험'은 책임준비금을 전환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중도에 보험을 전환하면 고객으로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삼성.교보생명은 같은 내용의 보장을 받는 일반 종신보험에 비해 각각 10%, 12~15%씩 보험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가입한 지 1년 이상 지난 보장성 보험이 대상이고, 저축성 보험이나 피보험자가 다른 보험은 전환이 안된다. 교보생명은 연 5%의 확정금리를, 삼성생명은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지는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게 차이점이다.

정기 특약.건강체 특약 이용해 보험료 줄이기=종신보험에 대한 불만을 물어보면 많은 사람이 '다 좋은데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는 점을 든다.

보험료를 아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定期) 특약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최소한 2억원의 보험금을 남기고 싶은 가장이라면 2억원을 평생 보장받는 식이 아니라, 평생 보장금액은 1억원으로 하고 자신이 60세가 될 때까지만 추가로 1억원을 보장받도록 보험을 설계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정기 특약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가족에 대한 보장 규모를 극대화하면서 매달 내는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기 특약은 주계약(평생 보장받는 보험금)의 2~3배 내에서 금액을 추가할 수 있고 55세까지 얼마, 60세까지 얼마 하는 식으로 중복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백태환 삼성생명 보장성상품팀장은 "처음엔 무리하지 말고 자신의 여윳돈 범위 내에서 종신보험을 든 뒤 수입이 늘어날 때마다 추가로 가입해 보장 규모를 늘려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흡연자의 경우 담배를 끊으면 보험료를 5~15%쯤 아낄 수 있다. 1년 이상 금연한 뒤 보험사에서 건강진단을 통해 금연사실 및 혈압.비만지수.심전도 등이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으면 된다. 신규 가입자뿐 아니라 이미 종신보험에 든 사람이라도 지금부터 금연하면 내년 4월에 보험료 할인을 신청할 수 있다.

◆경제적 여건이 바뀌면 써볼 만한 특약들=종신보험에 가입했다가 별탈없이 60세까지 살고보니 노후자금이 부족할 것 같다거나, 자신이 죽은 뒤 보험금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느니 살아있는 동안 생활비로 쓰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뀐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연금전환 특약을 쓰면 된다.

회사에 따라 연금보험 전환 조건은 약간씩 다른데 가입후 최소한 5년 이상 지나야 가능하다. 책임준비금이 아닌 해약환급금이 연금 재원으로 전환되므로 손해가 클 것 같지만 가입 후 7년 이상 지난 보험의 경우 책임준비금과 해약환급금이 거의 같아진다는 게 보험사 측의 설명이다. 보험금의 일부만 연금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종신보험에 남겨둘 수도 있다.

이밖에 종신보험에 가입했다가 더 이상 보험료를 낼 형편이 안될 경우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는 대신 일정 기간까지만 보장을 받는 정기보험으로 전환하거나, 평생 보장을 받되 보장 규모를 줄이는 특약도 있다.

◆변액보험도 고려해보자=투자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라면 변액종신보험을 선택해 볼 만하다. 변액보험은 일반 보험과 달리 보험사가 보험료로 펀드를 만들어 주식.채권에 투자한 뒤 실적에 따라 보험금을 돌려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그러나 실적이 안 좋아도 계약 때 정한 사망보험금은 보험사가 지급하고 실적이 좋으면 추가 보험금을 주기 때문에 일종의 원금 보장형 상품인 셈이다.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채권형과 주식 편입 비중이 50% 미만인 혼합형이 있는데 연간 네 차례까지 갈아타는 게 가능하다. 가입자가 시장 동향에 따라 혼합형과 채권형을 오가는 노력을 기울이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변액보험을 판매 중인 생명보험회사들의 운용 실적이 서로 다르므로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www.klia.or.kr)에서 확인한 뒤 우수한 곳을 고를 필요가 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바로잡습니다>

4월 1일자 일부 지역에 배달된 E12면의 '종신보험 활용하기' 기사의 표 중 40대 남성의 종신보험 월보험료 9만7천원을 19만7천원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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