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지급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봉급 생활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보너스」 지급일이 오늘내일한다. 한편으로 반갑고, 또 한편으로 두렵기도 한 것이 「샐러리맨」의 심정일 것이다.
「보너스」란 원래는 「라틴」어의 bonus에서 나왔다. 『좋은 것』이란 뜻이다.
「샐러리맨」의 「샐러리」도 「라틴」어의 salarium에서 나왔다. 당시에는 소금이 우리네 쌀만큼이나 귀했다.
이 소금을 사기 위해 병사에게 지급되는 돈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보너스」란 소금 이외의 것을 살 수 있는 『좋은 것』이란 뜻이 된다. 오늘의 월급장이도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하다. 따라서 빚이며, 밀린 월부를 갚거나 자그마한 가구 하나쯤을 장만하자면 아무래도 「보너스」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좋은 것』을 주는 사람도 역시 『좋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보너스」가 『좋은 것』에서 『선의』로 뜻이 바뀌어진 것도 이런 때문일까.
말하자면 「보너스」란 『고용주의 선의』에 의한 「상여금」·「특별 배당금」 또는 「위로금」이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보너스」를 지급 받는 날엔 모두가 마냥 반갑기만 한 것도 아니다. 사람에 따라 지급액이 다를 뿐 아니라 자신의 평가가 이 금액으로 표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고용주에게 곱게 보였느냐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것이다.
『정기 또는 임시를 원칙으로 하고 피고용자의 근무 성적에 준해서 지급되는 것으로, 그 지급액이 확정되어 있는 것은 상여금이라 하지 않는다.』- 어느 사전에는 「보너스」를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선의』를 받는 반가운 날이면서도 봉급 생활자에게는 한편으로는 두려운 날이 되기도 한다. 어딘가 불합리하기도 하다.
아무리 상여라지만 그냥 받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어디까지나 노동의 대가다. 또한 전체의 이익 중에서 나눠 갖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것을 받을 뿐이다. 새삼 고마워해야 할 것도 아니다. 그저 정기적으로 받고 있는 월급의 일부를 「보너스」란 형식으로 나눠 받는 것으로 생각해야 옳은 것이다.
그러나 고용주 쪽에서 본다면 안 줄 수도 있다는 것이 통례가 되어 있으니 「보너스」를 받는 쪽에서는 고맙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서구 사회에선 「보너스」는 원칙적으로 없다. 「보너스」로 나눠줄 것을 미리 월급 속에 끼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너스」를 줄만하다면 아예 월급을 올려 준다.
그리고 보면 「보너스」가 있다는 것은 반드시 우리나라엔 『좋은 사람』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보너스」받는 쪽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봉급의 일부를 공돈처럼 여기기가 일쑤다. 몹시 불합리한 얘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