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경제교육] 심재혁 한무개발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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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딸만 셋이 있는데 둘은 출가했고 막내가 이제 대학 4학년이다.

나는 사회생활의 절반 이상을 LG그룹에서 주로 대외 업무를 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사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직접적으로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아이들 교육 문제는 늘 아내 몫이었다.이 점이 아내와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래도 큰 골격은 내가 정해 반드시 실천하도록 지도했다. 그렇다고 그 원칙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기본적인 생활의 지침이다.

그 첫째 골격이 바로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반드시 씀씀이 계획을 세워라'다. 아이들로 하여금 학용품부터 옷가지, 가방, 신발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계획을 짠 뒤 이야기를 하면 적절한지 따져본 뒤 거기에 맞춰 돈을 주곤 했다.

특히 당초 세운 계획보다 돈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할 경우에는 합당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절대로 주지 않았다. 꼭 필요한 물건은 조금 비싸도 사주지만 불필요한 것은 아무리 값이 싸도 사지 않도록 했다. 어려서 돈에 헤프면 커서 자신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사치하지 말아라'다. 내 자신 서울에서 태어나 그리 어렵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부모님께 검소와 절약을 실천으로 배웠다. 사치란 자신의 본분을 넘어서는 것으로, 경제적으로만 어려워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치는 생각과 정신마저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

대기업에서 임원 생활을 오래 하고 있지만 나와 아내는 이 원칙 아래 세 아이를 보통 사람 수준 밑에 맞춰 키웠다.

이른바 명품은 사주지도, 사서 쓰지도 못하도록 지도했다. 아이들도 이를 잘 따라주었다. 친구들을 보면 자기도 좋은 제품을 갖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들었겠지만, 아이들은 그 욕구를 잘 참아 주었으며 이태원 가게에 가서 값싸고 실용적인 물건을 사서 쓰곤 했다.

이 두 가지 원칙은 내 스스로 먼저 지키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내 방은 서울 강남 한복판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 3층 한쪽 구석에 있는데, 크고 격조있는 사장실에 익숙한 사람들이 처음 찾아오는 데 애를 먹는 모양이다.

하지만 사장실이 반드시 좋은 방일 필요가 어디 있는가. 좋은 방은 손님에게 우선적으로 드리는 것이 호텔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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