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간의 격차 인기학과 편중|「계열별」서 더 심하다|고대 김덕진 교수 조사-확대 실시 보류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고려대 김덕진 교수 등은 75학년도 실험 대학 연구 보고서의 「계열별 모집제의 문젯점」연구에서 이 제도가 학과별 모집제에 비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등의 강점을 지니고 있으나 시행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공 배정 때 일부 학과에의 집중 지망 현장을 시정할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학과간의 우열 격차가 더 심해지고 희망 학과에서 탈락된 학생들의 학습 의욕마저 떨어진다고 지적, 이같이 주장했다.
계열별 모집제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 1·2년간의 대학 생활을 거친 뒤 학과를 배정함으로써 전공 선택을 본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도록 하는 것이 근본 취지이나 김 교수 등이 고려대를 중심으로 조사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이와는 달리 전공 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대 이공대 공학부의 경우 73년부터 75년까지 3년 동안의 제1지망학과 배정율을 보면 계열 전반적으로는 73년도에 92·5%, 74년도에 83·7%, 75년도에 88·5%로 비교적 좋은 편이나 학과에 따라서는 토목공학과가 40% (배정자 중 1지망 학생), 재료공학과가 고작 35% 안팎으로 나머지 많은 학생들은 바라지도 않는 2지망 이하, 심지어 9지망학과에까지 배정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북대의 경우도 공업 교육과는 배정자의 72·9%, 잠사학과는 93%가 제3지망 이하의 학과에 배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교부가 1·2차에 걸쳐 지정한 14개 실험 대학의 75년도 제1지망 학과 배정 비율을 보면 서강대·이화여대·계명대 등이 1백%에 이르는 등 대체로 좋은 편이나 90%에 미달하는 대학도 6개교나 되고 특히 서울대의 경우는 75%에 불과해 상당한 문젯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전공 학과를 배정할 때 학생들의 지망을 기준으로 하지만 지망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엔 성적순으로 자르기 때문. 이 바람에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희망과는 상관없는 학과로 배정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대 공학부의 최근 3년간 학과 정원에 대한 제1지망자의 연간 평균 집중율을 보면 전자 1백94%, 산업 1백92%, 기계 1백37%, 화공학과가 1백18%로 정원을 초과한 반면 나머지 5개 학과는 모두 정원에 미달하고 특히 재료공학과는 제1지망율이 18%에 불과했다.
김 교수 등은 지도 교수의 전공 선택 지도에도 불구, 이같은 일부 인기 학과에 대한 여전한 편중 지망과 성적 순위에 의한 학과 배정으로 학과간의 우열 격차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로서 고대 공학부의 학과별 평균 성적이 평점 4·5점 만점에 전자공학과가 2·99점인데 비해 금속공학과는 1·88점으로 격차가 1점을 넘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망했던 학과에서 탈락된 학생들 가운데는 대부분이 학습 의욕을 잃어 일부 학과에서는 평균 성적이 학과별 모집 때보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고려대가 제1지망 학과에서 탈락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상 학생의 66%가 학습 의욕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과별 정원제를 철폐, 학생 희망에 따라 학과를 배정하고 부전공제와 복수전공제를 과감히 실시토록 해야겠으나 우리 나라의 대학 여건으로서는 ①교수 조직과 시설 등이 학과별 정원제를 토대로 짜여져 있고 ②특히 이공계의 경우는 실험 실습 시설 등의 문제로 학과별 정원 철폐가 곤란하며 ③교수 및 시설 부족 등으로 부전공 및 복수전공제의 폭넓은 시행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 교수 등은 이 때문에 계열별 모집제의 확대 실시는 부작용 해소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보류하고 계열을 학문 영역별로 세분화하는 문제 등을 연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계열별 모집에 관계된 고대 이공대학 교수 53명과 학생 9백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이 제도의 확대 실시에 대해 찬성 (교수 30%, 학생 34%) 보다 반대 (교수 45·3%, 학생 40·2%)가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