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품 만물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영국의 속담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필요도 없는데 저절로 된 발명은 드물다.
「윌리엄·펜더」라는 소년이 있었다.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이웃 잔심부름을 해가며 살아가는 가난한 소년이었다. 어느 날 병모에게 드리라는 「소다」수를 받았다. 그러나 병마개가 나쁜 탓으로 물이 곧 썩고 말았다.
「펜더」소년은 매우 상심하여 어머니에게 오랫동안 신선한 「소다」수를 드릴 방법은 없을까 하고 궁리했다. 끝내 그는 오늘날과 같은 병마개를 발명하여 당장에 부자가 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아이디어」나름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아이디어」가 문제된다. 아무리 중소기업이 비벼댈 틈새도 없을 만큼 대기업들이 판치고 있다 하더라도 「아이디어」하나로 이겨낼 길은 있다.』 거대 산업들이 온 부의 8할을 주름잡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해마다 새 백만장자들이 등장한다.
그들 중의 절반은 연예인들이지만, 나머지는 거의 모두가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이다. 그 중에는 30대의 청년들도 많다.
이들은 모두 「아이디어」 하나를 유일한 밑천으로 기업계에 뛰어든 애송이들이다.
「루이스·워터즈」도 「하버드」대학을 나온 33세의 애송이다. 그는 3년 전에 쓰레기처리회사를 차렸다. 자본금은 청소차 10대 분밖에 없었다.
지금 그 회사는 연간 2억「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아이디어」 하나로 이른바 예비재벌 속에 뛰어드는 기업가들도 적지 않다.
본지에 연재 중에 있는 『수출전선』을 보면 쥐를 20원씩에 사모아 가공하여 연간 1백만「달러」의 수출실적 올린 업자가 있다.
그런가하면 솔방울·떡갈잎·넝마·돼지털 등을 수출하는 업자들도 있다. 문자 그대로 수출품 만물상이라는 느낌이 절로 나온다.
필요란 발명의 어머니만 되는 것이 아니다. 수출「아이디어」의 어머니이기도 한 모양이다.
같은 수출이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있다. 미술대학생들을 시켜 동양화를 모사하게 하여 재미를 보고 있는 수출업자도 있다.
사실인즉 그는 일종의 보세가공업자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은 일본업자다. 그는 한국에서 싸게 들여온 모사화를 대만에서 들여온 액자에 끼워 외국에 팔아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손해는 결국 가난한 한국의 미술학도들이 입고 있다.
물론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하나의 기업이 되기는 매우 어렵다.
미국에서는 은행이 손쉽게 힘이 되어준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이디어」만을 사는 너그러운 은행이며 출자자가 드문게 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