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요리는 심플·신선하고 뜨거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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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라이야우팀 셰프가 ‘더 플라자’ 중식당 도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월드 고메 시리즈 어워드 오브 엑설런스’에서 홍콩 지역 ‘최고의 아시안 요리 셰프’에 올랐다. [사진 더 플라자]

2009년 홍콩·마카오판 미슐랭 가이드가 생긴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등장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팀스 키친(Tim’s Kitchen)’이다. 원스타로 출발해 2011년에 홍콩과 마카오점 두 곳 모두에서 투스타를 획득했고, 2012년부터 다시 원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 오너셰프인 라이야우팀(黎有?·65)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더 플라자’의 중식당 도원과 63빌딩 백리향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미슐랭 레스토랑 오너의 비애’를 거침없이 털어놨다. 5월엔 홍콩에 한국식 갈비집도 오픈한다. “중식은 손이 많이 가는데 갈비는 굽기만 하면 되고, 술도 많이 팔리지 않느냐”는 게 이유였다.

 - 본인만의 요리 철학은.

 “심플(단순)하고 신선하고 뜨거워야 한다. 이게 광둥요리의 핵심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떤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심플). 이렇게 되면 당연히 식재료를 신선한 것으로 쓸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따로따로 조리한다. 4인분의 볶음밥을 주문받았다 해도 한꺼번에 볶지 않고 1인분씩 따로 볶는다. 그래야 충분히 뜨거운 음식이 탄생한다.”

 - 재료비는 어떻게 감당하나.

 “광둥요리에는 돈 먹는 ‘귀신’이 있다. 건삭스핀과 건전복, 건해삼 등이다. 이들은 1~3년치를 미리 사서 비축해둔다. 제철 재료는 산지에서 직접 구매해 중간 수수료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 미슐랭 투스타를 받은 비결은.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한테 채점표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웃음) 안정성이 아닐까. ‘미스터리 쇼퍼(일반 고객으로 가장한 평가자)’가 여러차례 방문해서 먹고 가는데, 언제 와서 먹어도 늘 동일한 맛을 유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 왜 다시 원스타로 떨어졌나.

 “상하이점이 생겨나면서 인력과 신경이 그쪽으로 집중되다 보니 혼란이 있었다. 더 큰 이유는 경쟁사들이 늘면서 셰프들을 빼앗겼다. 카지노 그룹이 호텔을 지으면서 우리 연봉의 2~3배를 주고 셰프들을 데려갔다. (책상을 두드리며) 우리 같은 개인 영업장이 그리 많은 월급을 줄 수야 있나!”

 - 만회를 위한 전략은.

 “솔직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 있어선 원스타가 더 속 편한 측면이 있다. 투스타를 받으면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진다. 하지만 공들여 키운 셰프들이 나가는 건 곤란하니 아예 어릴 때 영입해 팀스 키친에 대한 로열티를 키우고, 총 6곳의 지점으로 배치해 레스토랑의 수준을 고루 끌어올릴 계획이다.”

 -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갈비와 김치를 좋아한다. 한국이 드라마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김치는 유명했다. 김치가 원조 한류인 셈이다. 김치는 10점 만점에 8점을 주고 싶다. 2점이 부족한 이유는 (익는 정도에 따라) 맛의 강도 차 때문이다.”

 - 홍콩 갈비집의 갈비는 어떻게 재해석되나.

 “갈비는 한국 건데 왜 재해석을 하나. 한국 셰프가 한국식 양념으로 만든다. 한식은 한식다워야 한다.”

 말은 홍콩 배우의 말처럼 거침이 없었으나 그의 요리는 섬세했다. 새우의 속껍질을 얇게 벗겨내 크리스털처럼 하얀 새우살을 만들어내는 ‘크리스털 큰 새우’가 대표적이다. 24~25일 열리는 갈라디너에선 ‘차가운 오리고기 롤’ ‘특급 제비집을 채운 죽생버섯’ ‘광동 유자와 건 새우알 찜’ 등을 선보인다. 팀스 키친의 프로모션 메뉴는 27일까지 더 플라자의 도원에서 맛볼 수 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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