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에도 공해…기형 다산-일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에서 기형의 원숭이가 태어나는 사례가 갑자기 늘어나 학계에서는 원인이 사료나 농약 때문이 아닌가 보고 『그렇다면 인간은 괜찮겠는가』하는 우려에서 새로운 연구 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 동경에는 「일본 원숭이 기형 연구회」가 이 같은 색다른 사실을 발표, 관련 학회나 모임에서는 깜짝 놀라고 있다.
이 연구회는 일본 전국에서 10년 이상 원숭이를 관찰한 결과 태어날 때부터 두 손이 없거나 손바닥은 있는데 손가락이 없고 거꾸로 여섯 손가락을 갖고 태어나는등 기형 원숭이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유전으로는 실명할 수 없고 사료에 포함되어 있는 화학 물질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발표가 있자 동대의 농약 문제 연구회를 비롯, 여러 농약 연구「팀」과 의사들이 원인을 구명하기 위해 잇달아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구나 『인간도 비슷한 영향이 없을 수 없다』 는 견지에서 「선천성 사지 장해아 부모회」라는 모임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숭이 기형 문제 연구회」는 경도대 이학부 동물 학교실 「요시히로」씨 (호광진일· 32)를 비롯, 사진 작가 「오다」씨 (소전도호·36) 등 10년 이상 원숭이 생태에 관해 관찰을 계속해온 연구자들이 올 여름 결성했다.
「요시히로」씨 등은 5, 6년 전부터 손발이 기형인 아기 원숭이가 늘어나고 있는데 착안, 연구자들로 모임을 만들고 관찰 기록과 자료를 서로 교환하고 집계를 냈다. 일정 기간을 두고 태어난 원숭이를 조사한 결과 평균 1∼2할이 기형인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한 경우 7∼8할이 기형이었다.
일본열도 북쪽 끝에서 남쪽 섬까지 52개소의 원숭이 서식 지역을 조사한 결과 지난 1955년 이후 22개소에서 기형 원숭이가 관찰됐다. 52개소 가운데 사람의 손으로 기르는 곳이 32개소였으나 자연 상태의 16개소에도 똑같이 기형 원숭이가 있었다.
야생이 아니고 사람이 기르는 곳에서 기형 현상은 더욱 눈에 띄었다. 「나가논껭」 (장야현) 어느 공원의 경우 지난 63년부터 75년 사이 태어난 98마리 가운데 14마리가 기형이었고 「아와지시마」 (담로도) 원숭이 「센터」에서는 지난 69년부터 올해까지 태어난 1백10마리 가운데 29마리가 그랬다. 「오까야마껭」 (강산현)에서는 지난 5년 동안 태어난 3백54마리 가운데 54마리, 또 다른 곳에서는 지난 66∼71년 사이 태어난 3백63마리 새끼 원숭이 가운데 74마리가 불구였다.
문자 그대로 기형이어서 손·발가락이 없이 사지가 마치 야구 「배드」처럼 생긴 것도 많았고 심한 경우는 사지조차 없이 오똑이 같은 원숭이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원숭이 연구자들 사이에는 유전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연구회」는 사람으로부터 먹이를 얻어먹기 시작한지 2∼3년째 되는 야생 원숭이에서 태어난 새끼 원숭이에 기형이 많은 것을 관찰해냈다.
기형 발생이 기록적이었던 것은 지난 70∼72년 사이. 「아와지시마」 원숭이 「센터」의 「나까바시」 소장 (중교보) 조사로는 69년 태어난 13마리 가운데 3마리가 기형이었으나 그 다음해에는 12마리 중 8마리가, 또 그 다음해는 14마리 중 10마리가 기형이어서 기형율이 7할 정도였다. 올해 들어서는 18마리 중 기형이 4마리.
또 「연구회」 회원인 「무라마쓰」씨 (촌송정민·31) 는 올해 25개소의 원숭이 동물원을 조사, 8개소에서 24마리의 기형을 찾아냈다고 밝히고 먹이로 수입 사료인 콩 (대두)·귤 등을 적게 먹인 결과 기형 발생율이 적어졌다고 주장, 전문가들의 본격적인 연구를 요청했다.
「기형 원숭이」가 「인류에 대한 경고」라고 받아들이는 동대 의학부 「다까하시·고오세이」 (고교황정) 교수는 『수입 사료의 보존 처리 과정에서 첨가된 화학 물질·농약 또는 관광객이 던져주는 식물의 첨가물에 포함되어 있는 최기형성 물질을 1차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하면서도 『인류를 위해 철저한 연구를 해야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