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러쉬-예결위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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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도의 기술 외교란 무엇>
이번 예결위에서 야당 측은 사사건건 공격 자세를 취한 것이 특징.
신임 송원영 총무의 소위 국회 활성화 전략에 따라 야당 측은 △정책 질의 기간의 연장 △보충 질의 활용 △총리 출석 관철 △정치 「이슈」 제기를 시도했다.
송 총무는 소속 예결 위원들에게 회의 진행 과정에서 가급적 문제를 제기토록 지시하고 예컨대 △고함 지르기 △손바닥으로 책상 치기 등을 권장.
이런 방침에 따라 김창환·유제연·엄영달 의원 등은 기본권 문제·긴급조치·재야 인사와의 대학 문제·해외에서의 한국 보도 문제 등 그 동안 묻혀 있던 상당수 「이슈」를 발언했던 것.
정치 효과를 노린 「이슈」 제기를 위해 송 총무는 소속의원들의 질의 내용에도 일부 개입, 거론할 문제를 배당 (?) 하기도 했는데 이와 비슷한 현상은 여권에서도 보여 공화당 총무단은 동해안 어선 조난 사고의 반파 어선 대책을 묻도록 최세경 의원에 지시.
김창환 의원은 기본권 문제를 장시간 질문한 뒤 『요점만 묻겠다』면서 50개의 질의를 해 건수로 신기록을 수립. 『「카터」씨가 대외 원조를 인권 기준으로 결정하겠다고 경고한 후「칠레」 군정이 정치범을 석방했는데 총리의 소감은 어떤가』라는 김 의원 질의에 정재호 의원 (유정)은 『「칠레」 정치범 석방과 우리가 무슨 상관이야』라고 고함을 질렀고 이어 유정회 의원들이 일시 퇴장.
질의 과정에서 가장 초점이 됐던 문제는 「카터」 대통령 당선에 따른 대미 외교 대책과 기본권 문제.
이진연 의원 (신민)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은 한결같이 미국 「카터」신 행정부의 등장에 우려를 표했으나 정부측은 『「카터」취임 전까지 왈가왈부하는 것은 국익에 합당하지 않다』는 신중론으로 응수.
『박동진 외무장관이 말하는 「카터」 정책의 「스타일」 변화에 대응할 「고도의 기술 외교」는 무슨 뜻이냐?』 (엄영달 의원) 『「카터」의 정권 도덕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창환 의원) 등 야당 및 무소속 의원이 모두 「카터」발언.
그러나 유정회의 오정근 의원은 『「카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로서니 왜 그렇게 외세의 변동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느냐』고 은근히 야당 측을 공격.
최규하 총리는 『현 시점에서 「카터」 신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올 것인지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라고 말하고 『미국 민주당이 집권했던 월남전 당시 6·25때의 부채감을 가진 우리의 젊은이들도 월남에 나가 민주당 정부의 미군과 나란히 싸워 생명을 바쳤다』고 전통적인 한미 우호 관계를 역설.
박동진 외무장관은 『대통령 후보가 선거 중에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라고 답변.

<우리 나라엔 정치범 없다>
박 장관은 『「카터」 신정부가 우리의 내정 문제와 미군 철수 중 어디에 비중을 더 둘 것인가를 지금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사실』이라며 초당 외교론에 덧붙여 『민주당 정권과는 「트루먼」 대통령이래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어 왔으므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
야당의원들은 기본권 문제도 거론해 김창환 의원 (신민)은 『재소자 인권 옹호를 위해 운동 시간을 늘리고 화장실도 수세식 변소로 개조할 용의가 없느냐』고 질문.
오정근 의원 (유정)은 『3·1 명동사건은 신앙의 자유를 벗어난 불법 행위이며 현재 우리 나라에는 불법적인 인신 구속이 없고 따라서 정치범이란 개념조차 있지 않다』고 야당과는 다른 각도에서 발언.
황산덕 법무장관은 『오 의원의 말처럼 우리 나라에 정치범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교도소는 1평당 3·8명을 수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7명까지 수용 돼 있는 곳도 있다』고 했다.
황 법무장관은 『운동 시간은 5분에서 30분까지 매일하고 있으며 앞으로 인원이 충분하면 1시간으로 늘려주겠다』 『교도소 내에서 축구·배구도 하고·꽃도 많이 가꾸며 바둑·장기도 두게 하여 정서 교육을 함양하고 있다』고 답변.
어법이나 앞뒤가 이상한 발언도 더러 나와 박귀수 의원 (무소속)은 『관주도형으로 인격을 도야하고…』 『시골에 장날이 너무 많아 한 군에 한달 30일이 모두 장날이다』 『그 곳에서 어정어정 놀기나 하고 되 (두)도 속이고 근량도 속여 파는… 민족의 수치가 일어난다』고 느닷없이 장날과 민족정기를 결부.
계속해서 박 의원은 『김일성은 공산주의자도 아니요, 말할 수 없는 세계의 부끄러운…이런 주의자로서』라고 오발 (?)
3, 4탕 발언도 계속돼 박삼철 의원 (공화)은 『구정을 공휴일로 하라』『양력 과세하며 노는 3일을 2일로 줄이고 하루를 구정에 놀면 되지 않느냐』고 대안까지 내놓았으나 이번 발언으로 5탕을 기록.
해학 발언도 속출해 최세경 의원 (공화) 은 『수인성 전염병인 장「티푸스」를 예방하려면 분뇨 처리 시설 대책이 시급하다』며 『먹는 것 다음엔 싸는게 가장 중요한데 똥 처리조차 제대로 안 하면서 무슨 의료보험이다, 의료 혜택이 다를 떠드느냐』고 비난.
최 의원은 『토끼와 양을 군용식으로 보급하여 점차 국민들에게까지 확대시켜 나가자』고했고 김창환 의원 (신민)은 『우리 나라 교육이 「따로 국밥식」 교육』이라며 『학생들에게 찬성 기능만 가르치는 스승의 태도는 강의실 안과 밖이 다른 이중적 태도라고 지적.
이진연 의원 (신민)은 『우리 주변엔 강원도와 충북 초정에서 약수를 들여다 먹는 2천 가구의 부유층이 있다』며 사회 부조리 현상을 비판. 3성 장군 출신의 최우근 의원 (유정)은 『전국에 있는 12개 국립 공원 관리를 재향군인회에 맡기도록 하라』고 주장.
최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10월 건설위의 정책 질의에서 같은 군 출신의 전부일 의원 (유정)이 했던 발언과 똑같은 것으로 서종철 국방장관은 『관계 부처와 협의해 보겠다』고 간단히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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