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찾지 못한 부동자금 700조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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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금융상품에 들어가 있는 부동자금이 700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현금을 포함한 6개월 미만 단기 금융상품에 들어가 있는 자산 규모가 715조9850억원에 달했다. 단기 금융상품은 현금과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저축성예금, 정기예금, 요구불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만기가 짧고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들이다. 금융위기 전인 2009년 초 556조원이었던 부동자금은 그해 6월 600조원을 돌파했고, 4년 뒤인 지난해 말에는 700조원을 넘어섰다.

 낮은 금리에도 시중 부동자금이 움직이지 않는 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부동산가격은 떨어졌고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이 지속되면서 채권과 예금금리도 하락했다.

 국내 증시 역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가 몇 년째 박스권에 갇히면서 이제 코스피가 2000선에 가까워지면 수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주식 대차잔고다. 대차잔고는 투자자들이 다른 사람의 주식을 빌려 공매도한 후 아직 갚지 않은 주식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대차잔고가 늘었다는 건 보통 앞으로 주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차잔고는 지난달 46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대차잔고가 늘어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주가 상승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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