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이복동생 평일과 권력다툼-「외화벌이 돌격대」조직 약초·버섯재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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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문일답>
문=귀순 동기는.
답=부친이 6·25때 북진 국군에 협력했다고 총살형을 받은 사실 등으로 반동분자로 낙인찍혔다. 북에서는 이 낙인이 찍히면 생존할 수 없다.
71년7월 사회안전부에서 「아오지탄광」으로 배치하려는 것을 안전원에게 시계·「카메라」 등 뇌물을 주고 간신히 개성시 여객사무소에 배치되었으나 작년 6월 교통사고로 운전면허증과 직업동맹증을 회수 당한뒤 정비공으로 강등되면서부터 신변의 위험을 더욱 느끼게 됐다. 동생 이관보는 작년11월 강제로 이주되어 생사를 모르고있다.
72년부터 몰래 들어온 「북한 방랑기」 「봄이 오면 민들레꽃도 핀다」 「뉴스」 등으로 한국의 실정이 북의 선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부터 더욱 굳게 귀순을 결심했다.
문=귀순경위는.
답=작년5월 직장에서 「버스·튜브」를 훔쳐다 두었으며 「펌프」와 노 대신 사용할 탁구채모양의 「배트」2개, 우산대 2개를 미리 준비했다. 8월2일 「라디오」방송에서 개성지역에 장마가 진다는 예보를 듣고 사천강 부근을 사전 답사했으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8월2일 밤10시쯤 남하하기 시작했다.
당시 경비병에 발각되면 죽을 결심으로 빙초산 한 병과 술 한병을 지녔었다.
문=북괴의 전쟁준비, 상태는.
답=금년6월부터 각 직장·기업소·가정에서 비상배낭을 점검하고 방공호를 재정비하는 등 전쟁준비는 이미 끝났다. 김일성의 이른바 전쟁준비교시 후 인민병원 마저 환자에게 소화제나 영양제조차 주지 않고 있으며 군수물자운반을 매월 한 두 차례 하던 것을 월남 직전에는 매월 7, 8회씩으로 늘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쟁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개성지역은 박연폭포부근에 땅굴을 팠으며 개성전방인 「화장산 고개」 「천마산」 「점명산 고개」에 「터널」이 거의 완성됐는데 이 「터널」은 군 작전 전용도로다. 「자남산」에서도 길이 5백m되는 땅굴작업이 한창인데 이는 전시에 개성시 당 위원회 및 행정위원회가 사용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문=김정일에 대해 아는 바는.
답=김정일을 찬양하는 「대를 이어 충성하렵니다」라는 노래가 강요되고 있고 김정일을 후계자로 한다는 당의 방침이 각 학습조에 하달되었다. 작년과 금년 김정일의 생일인 2월16일에는 전국적인 규모의 대대적 행사가 거행됐다.
그런데 금년 4월16일께 갑자기 김정일의 사진을 각 직장·가정 등에서 떼라는 지시가 있어 일부 주민들은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도 하고 있다. 김정일과 계모 김성애, 그의 아들 김평일 사이의 중상모략 등 권력투쟁은 널리 알려진 비밀이다.
문=식량배급 실정은.
답=노동자·사무원·대학생은 5백g, 중학생은 4백g. 인민학교학생은 3백g인데 잡곡의 비율은 2대8로, 주민들은 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게다가 매달 배급량에서 전투식량을 비축한다는 이유로 6일분씩을 공제하고 있으니 그 실정은 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문=외화사정이 무척 나쁘다던데.
답=작년3월부터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명목으로 「외화벌이 돌격대」를 각 시·군별로 창설, 50명씩이 한 조가 되어 박하·인삼·약초·버섯·수세미 등을 재배하고 뱀·개구리 등을 채집하며 「외화벌이 수매사업소」에 납품한다. 돌격대원의 대우는 특혜는 없지만 과자를 주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선발되기를 바라고있다.
문=주민들에 대한 통제는.
답=모든 여행은 당의 통제하에 있으며 일반주민의 여행에는 통행증·양권·위생통과증명서를, 18세 이상은 공민증을, 14∼17세는 출생증을 반드시 지녀야한다. 직장인의 경우 부모가 사망했다는 전보가 있을 경우 1주일의 통행증이 발급된다. 그나마 월남가족에 대해서는 여행은 물론 안부 서신조차 일체 금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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