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관 청산하기 시작한 일 사학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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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일본의 사학계는 일제시대에 생성된 식민 사관적 한국사 해석을 극복, 광개토왕비·임나문제·통신사문제·일제의 강제통치 등 한일관계 해석에서 오류를 시정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6일 하오 역사교육연구회 주최로 「유네스코」회의실에서 열렸던 「가또·아끼라」(일본 나가사키대) 교수의 『일본 역사교육에서의 한국사』라는 강연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가또」교수는 현행 일본 중·고교의 일본사 교과서는 한일 관계사에서 학계의 정설과는 다르게 서술돼있다고 말했다.
그중 가장 심한 것으로 고대사에서 광개토왕비문의 해석문제를 지적했다. 종래에는 AD 3세기께 비문의 기록대로 한반도 안에 왜가 임나를 세워 통치한 것으로 학계의 정설을 삼았었다.
그러나 「가또」교수는 일제의 조선통치수단으로 광개토왕비문이 일군에 의해 「시멘트」로 조작된 사실이 명백해짐에 따라 학계의 설도 수정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과서도 개편돼야하나 입시·시간부족 등의 문제로 그 수정이 78년으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한편 중세에서 고려를 강점한 원이 일본을 정복하려할 때 일본이 원을 방어할 수 있었던 원인을 ▲종전 전에는 「가미가제」의 덕택으로 ▲종전 후에는 자연현상인 태풍 때문으로 해석했으나 ▲최근에는 고려의 삼별초 등 끈질긴 민중의 항쟁으로 이미 원의 국력이 일본을 정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었다는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왜란의 경우도 종래에는 일본민족의 힘의 시위로 한국을 정복하려했다는 면이 많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가또」교수는 최근 조선 측의 끈질긴 의병 저항과 도요또미 히데요시의 이상심리와 정복욕이 결합된 무모한 전쟁이었다는 설명이 타당성 있는 결론으로 학계에서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세에 일어난 일제강점의 경우도 한국을 보호해야한다는 정한론자들의 주장이 교과서에는 기재돼있으나 미·영으로부터 일본이 받았던 외교상의 불평등조약을 조선에 전가시키려했다는 사실이 역사학자들의 지배적 인식이라고 말했다.
「가또」교수는 이 같은 새로운 한국사의 인식을 토대로 78년 개편될 일본사 교과서는 한국사 관계의 상당 부분이 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교과서의 수정과 함께 일본의 역사교육은 사실 자체의 지식 전달보다는 동「아시아」사상의 일본사를 이해라는 관점에서 관심의 폭을 넓혀가고 학생들의 역사의식·사고능력의 증대에 역점을 두고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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