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외교관들은 평양근무를 싫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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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스탈린」주의의 「모델」로 통치되고 있는 북괴가 최근 종래의 고립주의를 최소한도로 완화하고 있는 징조가 보인다고 일부 관측통들이 믿고있지만 북괴에 거주하는 극소수의 외국인들이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이 아직도 대단히 곤란하다고 서독의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지가 보도했다.
동지는 평양에 있는 약 30개의 외국공관은 엄격하게 한정된 외교관 거주지역에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소련과 중공대사관은 각기 한 「블록」에 상당하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다음은 평양주재 경험이 있는 서방외교관들과의 회견을 통해 동지가 마련한 기사를 간추린 것이다.
서구에서 북괴에 외교사절을 두고있는 나라는 「오스트리아」·「핀란드」·「스웨덴」뿐이다.
「알바니아」를 포함한 모든 동구 나라들은 인도·「파키스탄」·「베트남」·「캄보디아」·「자이르」·「가봉」·몽고·「알제리」·「이집트」·「이라크」·「시리아」와 함께 대표부를 설치해 두고 있으며 북괴의 중요한 통상 「파트너」로 알려지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상주대표부를 두고있다.
주재 직원수가 가장 많은 소련대사관은 약 1천명의 요원으로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북괴 상주 외교관의 활동범위는 거주지에서 10㎞로 제한되어 있다.
모든 북괴주재 외교관은 통역·청소부 등의 조력자 형태로 감시자를 옆에 두고 있다. 평양시에서의 현지주민과의 접촉은 허용되어 있지 않다.
북괴 사람들의 외교관에 대한 적대감은 눈에 띌 정도로 현저하다.
서독은 현재 북괴와 아무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지금 호주에서 60㎞ 떨어진 지역에서 서독의 기술자들이 철광소 건설공장에서 일하고있다.
북괴를 방문하는 모든 외국여행자들이 북괴로 들어가는 길은 3개가 열려있다. 「모스크바」·「옴스크」·「이르쿠츠크」를 경유하는 비행기편과 「유럽」에서 북경을 거치는 비행기나 열차 편, 그리고 「홍콩」·광동·북경을 우회하는 길이다.
북경·평양을 운행하는 열차는 하루에 2번 있고 약 24시간이 걸린다. 국경에서의 조사는 대단히 심하다. 이 열차선의 일부가 최근 중공의 지진으로 파괴되어 운행에 지장을 받고있다.
평양시민들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양이지만 외국인들은 사전허가나 동행자 없이는 이런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평양에는 약 10군데의 영화관이 있다. 이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프로」는 거의가 선전물이 아니면 전쟁영화 일색이었다.
외국인 전용「호텔」은 모두 4개 있으며 「호텔」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대부분 질적으로「유럽」기준에서 떨어지며 먹고싶은 음식은 반드시 몇 시간 전에 주문해야 된다. 북괴의「호텔」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아침식사 때 점심주문을 해두는 것.
이「호텔」에 묵는 손님이라고는 일단의 중공 상인「그룹」과 막 방문한 몽고 무용단원을 빼고 나면 온통 텅 비어있었다.
아침「메뉴」는 보통 딱딱한 흰 빵과 보리차로 된 「커피」가 고작이고 달걀은 별도 주문품이다.
북괴에 살고있는 외국인들은 활동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권태감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외국대사는 잡은 물고기를 또 잡기 위해 다시 물 속에 집어넣으면서 잠시나마 소일한다고 실토했다.
북괴주재 외교관들은 「쇼핑」하기 위해 수시로 북경여행을 하고 있다. 평양에 비하면 북경은「유럽」인에게 마치 「파리」처럼 아름답다고 하는 비유조차 나돌고있다.
이런 여러 가지 악조건들이 일반적으로 평양에 주재하는 외교관의 인사교류가 타 지역에 비해 더 빨리 행해지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보통 3년 임기로 부임하는 것을 규정으로 정하고 있지만 평양에 가는 「유럽」외교관들만은 부임 후 몇 달 못 가서 다시 타국으로 전출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프랑크푸르트=엄효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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