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지원과 안정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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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활동이 너무 수출부문 중심으로만 움직이는데 따라 몇 가지 우려할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총수요 조절에 적지 않은 혼선이 생긴 것이 그 하나다.
수출이 예상 밖으로 너무 급속히 늘어나는데 따라 금융·세제의 지원이 이 부문에만 편중되는 부작용은 하반기에 와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추세라면 연말까지 차의 80억「달러」를 넘어서 비 전년 60% 가까운 신장률이 예상된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수출이 아니라도 한 경제에 충격을 미치기에 충분한 것이다.
특히 그에 대응하는 연관조치가 치밀하거나 적절하지 못할 경우, 그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해 수출의 지나친 급신장은 우선 국내여신과 통화관리능력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 이는 주로 수출에 대한 금융·조세지원체제에 지나치게 신축성의 여지를 두지 않고 있는 제도의 결합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제도가 지금까지의 수출진흥에 기여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의 구조도 달라지고, 통화공급체제도 한결 정비된 지금은 이전과 똑같은 경직적인 수출지원제도만으로는 종합적인 안정과 균형을 기하기가 어렵다. 지금의 수출이 갖는 의미는 개발전략의 측면에서만 파악하기보다는 종합적인 산업구조의 측면에서 파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 경제가 그만큼 상호의존적으로 변모한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출부문도 경기 향배에 따라 신축성 있게 조절 가능한 정책대상으로 「격하」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기왕 내걸었던 「안정과 균형」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수출도 일단 종합조정의 틀에 맞추어 정돈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효율을 기준으로 그 높고 낮음에 따라 지원을 선별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수출에 대한 각종 지원이 결국은 국민적 부담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선별은 충분한 정당성을 갖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통화관리문제도 정부가 경기국면에 따라 때를 잃지 않고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해야 된다.
그런 장치는 지금도 물론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않다.』 지금처럼 이 부문을 통한 통화공급에 제동이 안 걸리고서는 여타 부문이 아무리 신속성을 발휘해도 도로에 불과하다. 그 결과는 올해처럼 금융대출의 30%, 내국세감면의 75%를 이 부문에서만 독점하게 된다.
반면 연초부터 내내 자금난을 겪고있는 중소기업이나 내수산업은 경쟁요소의 현저한 불평등까지 겹침으로써 애로가 가중되고 있다. 이런 경제 안의 불균형은 통화관리의 비 능률화와 더불어 급기야는 수출 자체의 경쟁력까지도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일면 내수산업의 침체를 방치하고 해외수요에만 경기회복을 의존하는 일도 현명치 못하다. 비록 단기적인 전망에서 유리하다해도 결국은 투자배분의 불균형이 지금보다 더 심화되는데 따르는 낭비가 오히려 커질 것이다.
수출편중에 의한 「인플레」자극요인도 점차 중요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원파동이후 새삼 수출 「인플레」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합판·면사 등 주요 공산품의 가격앙등이 이와 연관된 것이 아닌지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1백억「달러」의 의욕적인 수출목표를 내건 정부로서는 올해의 경험을 토대로 종합적인 안목에서 관련정책을 재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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