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 이문제] 대구 도심 TV경륜장 설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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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해 8월부터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 운영중인 TV경마장에 대한 사행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대구 도심에 TV경륜장 설치가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 중구 동인동 1가 동화빌딩 건물주 이모(50)씨는 지난달 12일 중구청에 동화빌딩 12개층 중 6개층(2~7층.1천3백여평)의 용도 변경을 신청했다. 현재의 업무시설을 '경륜권 장외발매소(TV경륜장)'가 가능한 '문화 및 집회시설'로 용도 변경을 신청한 것이다.

경륜장을 운영하는 창원경륜공단이 이 건물을 임대, 문화관광부로부터 영업허가를 받아 TV경륜장을 운영하려는 것이다.

용도변경 신청을 받은 중구청 건축과는 관련부서 협의 결과 교통행정과가 교통영향을 분석해보는 게 좋다고 하자 이를 받아들여 건물주 이씨에게 전문기관에 의뢰해 교통영향을 분석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이씨가 제출한 보고서 상으로는 TV경륜장을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소방.교육.복지행정 관련부서도 문제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관련부서와 교통영향분석 결과 등을 놓고 최종 협의, 용도 변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러나 인구 10만명 회복운동 등 강력한 인구 유입정책을 펴고 있는 중구청은 내부적으로 TV경륜장 설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8일 "중구청은 경륜권 장외발매소 설치 허가를 거부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단체들은 "자치단체가 주민을 사행심에 들뜨게 하고 도박중독증의 방조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공개적인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건물 용도 변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심 교통체증과 주차난 유발도 반대 이유가 되고 있다. 토.일요일마다 3천여명의 경마꾼이 몰려 사행성.불법주차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창면 TV경마장이 좋은 예가 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시민감시국 김언호(33)부장은 "건물이 만성 체증을 빚고 있는 대구 도심에 위치해 있는 데다 1백6대분의 주차장만 갖춰 TV경륜장 개장 때는 극심한 주차난과 교통체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건물 용도변경과 TV경륜장 설치 저지운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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