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4대호의 준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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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홍수가 져도, 가뭄이 닥쳐도 언제나 제일 크게 피해를 보는 곳이 다름 아닌 우리의 가장 기름진 곡창 호남지방이었다. 영산강유역개발사업은 이 역설적인 현실에 대한 아마도 최초의 도전이라는데 큰 뜻이 있다.
14일 준공된 장성·담양·광주·나주 등 4대호를 주축으로 한 이 지역 농업개발 1단계사업은 이제 겨우 그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이 사업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영산강유역개발사업은 단순한 수계중심의 치수사업이 아니라, 이 유역을 포함한 광주권 대규모 개발사업과 포괄적으로 연계되어있기 때문이다.
영산강유역은 국내최대의 곡창지대면서도 동시에 가장 대표적인 한·수해상습지역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이 지역에 대한 농업기반의 조성이 그만큼 낙후됐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영산강유역은 광활한 나주평야를 포함하여 약28만㏊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을 표용하고 있어 명실공히 전남의 중추역할을 맡고있다.
이 지역에서만도 전국 쌀 생산량의 12%를 산출하고 있어 이곳의 흉풍이 곧 우리의 식량사정을 크게 좌우하고있다. 더욱이 이 지역은 광주·나주지역의 공업단지조성계획과 주변의 여수·목포 등 임해단지계획에 따라 점차 공업화되는 추세에 놓여있어 농·공·생활용수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번 1차 사업으로 완공된 장성·담양·광주·나주 4개「댐」은 7백20억원을 들여 3년6개월만에 완성된 것이다. 우리는 이 사업의 완공으로 3만4천여㏊의 옥답이 홍수와 가뭄에서 해방되고, 6만5천t의 쌀이 증산된다는 가시적 성과보다 이 사업이 국토종합개발계획으로 균형있는 지역개발의 한 전형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의 계획도 1995년까지 5천억원을 투입하여 목포 하구언공사·방조제사업 등 연차적인 4단계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순조롭게만 진행된다면 이 지역의 개발효과는 매우 커질 것이다. 이 모든 계획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금의 지원이 적기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호남평야의 전천후농토화와 서남해안의 개펄을 간척하는 일은 비단 이 지역 주민들만의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식량자급과 국토이용의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전국민의 관심사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사업이 장구한 시일에 걸친 치밀한 조사와 방대한 자본투입으로 시작된 점을 생각하면, 시행착오나 빈번한 계획변경은 가급적이면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광주권 개발계획과 관련하여 신중히 검토해야할 문제는 이 지역의 특성과 개발의 방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다. 식량공급기지로서의 지역적 특성과 지역개발촉진을 위한 공업화문제는 특정지역의 경우 서로 상충될 소지가 없지 않으므로 세부계획수립에서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점은 영산강유역개발과 수자원의 적정이용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수자원개발은 1차적으로 농업용수개발에 치중하고있으나, 인근 공업단지가 본격화될 경우 일반용수 또는 공업용수수요도 격증할 것은 쉽게 내다볼 수 있다. 뿐 아니라 농업개발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전력·수송·통신 등 갖가지 사회간접자본의 수요까지도 함께 창출할 것이다. 이는 곧 이 지역개발이 불가피하게 종합성을 띠어야 한다는 당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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