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오르면 어떤 구명정 탈지부터 가르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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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월호 참사의 주요인 중 하나로 승무원과 승객들에 대한 안전교육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은 침몰하는 유람선에 승객들을 내버려 둔 채 배에서 먼저 탈출했고, 승객들은 구명조끼가 비치된 장소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는 승무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형식적인 선내 방송을 통해 약식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관행 탓에 승객들도 제대로 대피 요령을 알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반면 미국 등 해양 선진국들의 유람선 승객들에 대한 안전교육은 차원이 다르다. 카리브해에서 유람선을 운항하고 있는 로열 캐리비언 인터내셔널사 등은 승객들이 배에 오르자마자 갑판에 모아놓고 1시간가량 철저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는 별도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안전교육 과정은 철저히 매뉴얼화돼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은 승무원과 승객들의 의무다.

 승선 수속을 마친 승객들은 일단 자신의 방을 찾아 구명조끼를 지참한 후 배정된 갑판 내 구역에 소집된다. 탈출용 구명정이 매달려 있는 곳이다. 구명조끼에는 배정된 갑판 구역과 자신이 탈 구명정 번호가 표시돼 있다. 갑판에 모인 승객들은 이후 집중적인 안전교육을 받는다. 교육 중 자리를 이탈할 수 없으며 이 시간에는 식당과 위락시설은 모두 문을 닫는다. 일부 승객들은 지루할 수도 있는 안전교육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승무원들은 규정을 앞세워 예외를 두지 않는다. 안전교육을 거부하는 승객에 대해서는 하선을 명령할 수도 있다.

 교육 내용은 주로 사고 발생 시 대피와 탈출 요령이다. 우선 객실 위치에 따른 대피 루트를 안내 받는다. 수천 명이 타고 있는 대형 선박이기에 원활한 대피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또 배의 침수 등에 따른 정전에 대비해 대피 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 것도 교육 받는다. 이어 구명정에 승선하는 요령을 교육한다. 구명정은 대략 20~30명가량이 탈 수 있는 규모다. 표류할 경우를 대비해 구명정에서의 생존 방법도 함께 배운다. 연막탄과 조명탄을 사용해 구조 신호를 보내는 요령과 노 젓는 방법, 바닷물 담수화 방법, 낚시법, 비상 의약품 사용법 등이다. 이 모든 교육을 마친 후에야 승객들은 비로소 배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일부 열흘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 유람선 여행의 경우 운항 도중 승객들을 구명정에 태우고 실제로 바다에 띄우는 모의 탈출 훈련을 하기도 한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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