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ension 노후용으로 투자열기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7면

지난달 말 서울 강남에서 열린 펜션사업설명회에는 4백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30∼50대의 직장인인 예비 투자자 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원철(46·은행원)씨는 “주5일 근무로 가족들과 자주 여행을 가는데 숙소로 펜션이 가장 적당했다”며 “잘만 운영하면 수익도 괜찮을 것 같아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30대의 한 회사원은 “점심 때면 삼삼오오 모여 펜션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노무현 대통령도 당선 직후 가족과 제주도 펜션을 이용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요즘의 부동산경기 침체에도 아랑곳없이 펜션 투자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올들어 10여차례 열린 펜션투자설명회에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

◆왜 펜션인가=지난해 말부터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오피스텔.주상복합 등 전통적 수익형 상품의 투자열기가 시들해지자 펜션과 같은 틈새상품이 투자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업체가 서울.수도권의 1천5백99가구를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가운데 52.1%는 주5일 근무제가 완전 실시되면 전원주택 이주를 고려하고 있으며 30.5%는 수익형 전원주택에 투자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수준의 향상,자동차 보급의 확대,도로 교통망 확충, 주5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주거환경이 도시에서 전원으로 급속히 바뀌는 과정에서 '전원생활+재테크'라는 신개념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며 최근의 펜션열풍을 설명하고 있다.

펜션컨설팅업체인 휴펜션 윤광진 이사는 "가족단위 휴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 예금금리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은 입지와 테마별로 천차만별이지만 투자비(땅값, 건축비) 대비 수익률은 연 평균 15%선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펜션 한개 동을 짓기 위해선 토지나 건물의 크기에 따라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3억~4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하루 8만원의 객실 요금과 40~80%의 가동률을 전제로 하면 연간 수익률(투자비 3억7천만원 기준)은 11~23%에 이른다.

문화관광부가 올초 펜션을 관광편의시설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도 펜션시장에 훈풍을 불어넣는 요소다.

관광편의시설로 지정되면 연이율 4.5%의 국민관광진흥기금이나 금융권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펜션 보유자는 1가구 2주택의 규정을 받지 않게 된다.

◆급팽창하는 펜션시장=펜션은 유럽에서 은퇴한 생활자들이 민박을 운영하면서 노후를 보낸 것에서 유래됐다. 운영수익이 연금(年金,pension) 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의 전체 숙박 능력 중 70%는 펜션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도 1980년대 펜션이 첫 도입된 이래 1만2천여곳이 성업 중이다.

국내에선 99년 제주도에 처음 도입된 이래 2002년말 현재 5백여개가 성업 중이다. 제주도.강원도.경기도를 중심으로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국의 펜션 수는 2003년 3천여개, 2005년 5천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낸 자료(한국관광정책,2001년 가을호) 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 확대실시로 국내 여행.숙박업의 시장 규모는 99년 8조8천억원, 2002년 11조3천억원으로 성장했으며 2005년에는 14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여관.민박.콘도가 여행.숙박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2 ~3년 내 펜션의 시장점유율이 20%대에 오를 것으로 펜션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여행전문 포털사이트인 티붐닷컴 송성수 부사장은 "국내 펜션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임을 고려하더라도 시장규모는 최소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펜션 운영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주거와 부업을 겸한 개념보다는 운영과 관리를 전문업체에 위탁해 수익을 배당받는 순수 투자용 펜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렛츠고펜션월드 이학순 사장은 "주거를 겸하면서 부업으로 운영할 생각이라면 단독형이나 프랜차이즈형이 좋고 순수 투자용이라면 위탁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