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중립국과의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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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비동맹중립국과의 관계개선 노력을 강화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은 최근의 유리한 정세에 비추어볼 때 시의 적절하다.
70년대 초의 갑작스런 전환기에 당면했을 매 한국외교는 과도적인 진통을 겪어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부쩍 발언권이 강화된 비동맹권에 대한 대응책이 가장 곤란한 문젯점을 던져주었다.
단선적인 냉전외교의 테두리 안에 너무나 오랫동안 정착하고 있었던 관계로 비동맹 일반에 대한 인식이나 대응태세가 충분치 못했기 때이다.
사실상 50년대만 해도 비동맹중립국들을 일괄해서 친공적인 적성국가로 분류해 처음부터 아예 젖혀놓으려는 사고마저 없지 않았다. 또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사이 북괴는 60년대 이후 비동맹국을 상대로 한 회유 전술로 일부 좌경 국들을 포섭한 결과 한국외교에 적잖은 문젯점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그 동안의 북괴행각은 실은 퍽 간단하고 투박한 기만 논리에 바탕 한 것이었다. 북괴는 반미고 비동맹 일반도 반 서방인데, 한국은 친미니까 비동맹은 북괴를 지지해달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 몇몇 비동맹국들이 북괴에 동조 내지는 일방적 승인으로 넘어간 이유는 그들이 참으로 북괴와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측의 홍보활동이나 쌍무외교가 비교적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편이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동맹국의 사회체제는 엄밀히 말해 공산주의에 가깝다기 보다는 민족주의와 종교를 떠받드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은 국내에서 공산주의를 불법화시키고, 대외적으로도 친공 일변도가 아닌 등거리외교를 통해 서방측과도 긴밀한 교역을 서두르는 실정이다. 이런 나라들과 우리가 소원하게 지낼 이유는 있을 까닭이 없는 일이다.
엄밀히 따지면 오히려 북괴야말로 비동맹국들과 인연이 있을 턱이 없는 집단이다. 북괴의 교조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비동맹 나라들을「부르주아 민족주의」라고 해서『언젠가는 타도해야 할 보수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터다. 「스리랑카」극좌집단의 반정폭동을 지원했던 사례가 그 점을 입증한다.
그런 반면 한국과 비동맹국은 앞으로 교역·기술협력·문화교류·우호증진 등 여러 가지 호혜적인 접근을 위해 좋은 여건을 공유하고 있다. 양자는 모두가 공산폭력 독재를 배격하고, 비 공산주의적 근대화「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비동맹의 등거리외교와 한국의 6·23선언은 그 기본적 형식에 있어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비동맹국의 대한인식과 한반도정세 관이 정확한 것이 되어야하겠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한국외교가 당면한 앞으로의 과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괴의 왜곡된 악선전을 물리쳐 한국이야말로 한반도의 참된 민족적 정통성을 보유한 나라임을 충분히 홍보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의 남북문제와 남쪽 제국들의 민족주의에 대해 우리대로의 정리된 이론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비동맹국, 특히「아랍」과 「아프리카」제국은 「로디지아」흑인문제 등과 관련해 의외로 집요한 민족주의「이데올로기」를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가령 남아나「로디지아」흑인문제 같은 것이 있을 때는 그것을 비동맹외교상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홍보전략도 있어야 한다.
거기에 대한 기본적인 대응이 없으면 단편적인 교역제의나 친선방문만으로는 완벽한 효과가 발휘되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노력보다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가 그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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