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강도, 검문순경에 공포발사|한명은 칼로 위협 훔친 금품든 가방 뺏기고 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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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6일 하오9시쯤 서울동대문구 휘경동150의2 휘경여관(주인 이재욱·42)앞 골목에서 27세 가량의 청년 2명이 불심검문하던 서울청량리경찰서 정보2과소속 권병두순경(42)등 3명의 경찰관에게 종류를 알수 없는 권총 5발을 쏘고 재크나이프로 위협한 뒤 현금 38만원과 금품이 들어있는 007여행용 가죽가방을 경찰에 빼앗긴 채 골목길로 달아났다.
경찰은 007가방이 이날 밤 이곳에서 2km쯤 떨어진 서울성북구 장위동219의 7 이수택씨(32·석산공두 석유화학부 직원)집에서 도난 당한 것임을 밝혀내는 한펀 ▲이들이 사용한 권총이 탄착점과 탄피가 없는 모의 구너총이며 나이프를 갖고 있었던 점으로 보아 제일은행 남대문지점 강도사건과 동일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휘경동범행
범인은 하오 8시50분쯤 번호를 알 수 없는 파란색 「택시」를 타고 외국어대 쪽에서 이곳에 도착, 차에서 내려 골목길로 들어가던 중 사복차림의 권순경과 박상빈(40) 이중근(40)순경 등 3명에게 불심검문을 당했다. 권순경 등은 범인들에게 범인들이 갖고있는 가방과 신분증제시를 요구했으나 범인들은『골목길에 들어가 보여주겠다』면서 처음 검문에 불응했다.
이 때 경찰은 범인의 허리춤을 붙들고 신분증 제시를 계속 요구했으나 범인들은『당신들을 어떻게 경찰로 믿느냐. 이 동네 깡패가 아니냐』면서 시비를 걸고 골목길로 유인해 들어갔다. 이 때 권순경이 범인이 들고있던 007가방을 낚아채고 수갑을 체우려하자 다른 1명은 골목안으로 10여m쯤 달아났고 가방을 빼앗긴 범인이 품안에서 권총을 꺼내 공포 1발을 발사했다.
이어 범인은 휘경여관 현관입문을 향해 2발을 연속으로 쏘았으나 유리창이 깨지지 않자 권총 손잡이로 가로50cm·세로 70cm쯤의 유리창을 쳐 박살냈다.
이 때 현관문 앞에 서 있던 여관주인 이씨가 『남의 집을 왜 부수느냐』고 항의하자 이씨와 권순경쪽을 향해 『개××들. 까불면 죽인다. 가짜 권총이 아니니 접근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권순경을 향해 2발을 쏘았다. 범인이 또 골목안쪽에 있던 다른 범인 1명에게『칼로 낄러라』고 소리치자 이 범인은 길이 15cm의 재크나이프를 들고 좇아와 찌를 듯이 위협했다.
이 때 박·이순경은 뒷걸음질쳐 인근가게로 피하고 권순경이 가방으로 얼굴을 가리는 순간 범인들은 골목쪽으로 유유히 달아났다.
장위동절도
이수택씨는 하오1시쯤 부인이 해산을 앞두고 진통이 심하자 같은 동네에 사는 병원으로 부인을 데리고 나간 채 집을 모두 비웠다.
범인들은 아무도 없던 이씨 집에 들어가 안방 장롱서랍 등을 뒤져 현금 80만원·금1냥 짜리 「행운의 열쇠」2개·돌기념금반지4개·은수저2벌·에머럴드 목걸이1개·금브로치 1개 등 금붙이와 10만원권 자기앞수표 9장·1만윈권 자기앞수표 10장 등 모두 3백여만원 어치의 금품을 훔쳐 이씨의 가방에 넣고 달아났다.
경찰은 하오4시30분쯤 이씨 처가의 가정부 감혜숙양(19)이 이씨 집에 연탄불을 갈러 갔다가 돌아올 때까지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점으로 보아 휘경동범행 1시간전인 하오8시쯤 이집에 돌어가 물건을 훔친 것으로 보고있다.
범인들이 휘경동 범행 때 삐앗긴 007가방 속에는 자기앞수표와 현금 40만원을 제외한 모든 금품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인상착의
007가방을 들고 권총을 갖고 었었던 범인은 1백68m쯤의 키에 주황색「잠바」와 검정색 바지를 입고 하이칼라 머리에 둥근 얼굴이었으며 칼을 든 범인은 1m70cm쯤의 키에 갈색양복을 입고 하이칼라머리였으며 이들은 모두 서울말씨를 썼다.
경찰수사
경찰은 범인들이 제일은행 남대문지점 강도법에 비해 나이가 약간 많고 키가 큰 것 등 다른 점이 있으나 ▲모의 권총과 재크나이프 등 흉기가 같고▲범인들이 모의권총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 등으로 미루어 동일범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사건이 나자 밤11시쯤 손달용서울시경국장을 비롯 서울시경수사간부가 모두 현장에 나가 서울시 전경찰력을 동원, 여관·무허가 하숙 등 은신처 수사를 벌이는 한편 가방에서 범인 것으로 보이는 지문 3개를 채취했다.
문젯점
범인은 2명이었고 경찰은 3명이었는데도 범인을 눈앞에 두고도 놓친 것은 경찰의 무능력을 그대로 드러낸 것. 검문경찰이 총기를 전혀 휴대하지 않았고 충소리를 들었을 때 리벌버권총으로 유인할 만큼 총기에 대한 지식이 어두웠다.
사건을 목격한 여관주인 이씨에 따르면 경찰은 처음 범인들을 검문할 당시 범인들에게 이끌리 듯 골목길로 유인 당했다는 것이다.
또 범인이 귄총을 꺼내기 전 약 2분 동안 쉽게 검문을 할 수 있었으나 이 기회마저 얼버무리다 놓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여관 앞 튀김 집 종업원 고정애씨(47·여)는 총소리가 딱총소리와 비슷했으며 총잡이로 유리창문울 깨는 등 진짜 권충을 가장하는 것이 뚜렷했는데도 경찰은 몸을 피하기에만 바쁜 현장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튀김집 주인 김장운씨(40)의 큰딸 진섭양(13)은 당시 경찰이외에도 5∼6명의 주민들이 있었으나 누구도 범인을 잡는데 가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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