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탱크·전투기까지 … '포화 속으로' '알투비' 적극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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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탱크와 총기를 지원해 준 ‘포화속으로’. 한국 전쟁 당시 희생된 학도병을 다뤘다.

한국 국방부가 미국 펜타곤처럼 영화를 통해 군 이미지 개선 효과를 꾀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진주만’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 미군이 적극 협조했다는 사실에 자극받은 결과다.

 6·25전쟁 당시 학도병들의 전우애를 그린 ‘포화 속으로’(2010)는 총기·탱크 등의 군 장비를 대거 지원받았다. 공군은 북한의 도발에 맞서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활약을 다룬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2012)에 F-15K 전투기를 제공하고, 공군기지에서의 촬영도 허락했다. 지난 연말 개봉한 ‘용의자’의 경우 단 한 번 등장하는 공중 강하장면을 위해 수송기를 빌려줬다.

 현재 제2차 연평해전을 소재로 촬영중인 영화 ‘N.L.L.-연평해전’에 해군은 고속정·초계함·해상 헬기 등을 제공하고, 해상훈련 촬영까지 허락했다.

용의자

 미국에서처럼 군의 지원을 거부당한 영화들도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판문점을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태극기 휘날리며’(2003)는 국군의 강제징집 같은 문제 장면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하지 않았다. 탈북자 출신 해적이 한반도에 핵 테러를 시도하는 내용의 ‘태풍’(2005)은 하극상 장면이 문제가 됐다.

 한국군의 영화 지원 역사는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반공 이데올로기 강화를 목적으로 군이 영화 제작을 돕기 시작했다. 1948년 발생한 여수·순천 사건을 다룬 ‘성벽을 뚫고’ ‘나라를 위하여’(1949)를 시작으로,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등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경우 도솔산 전투 장면에 탱크 10대, 제트기 12대, 3000여 명의 해병대원을 지원했다. 80년대 컬러TV 시대가 열리면서 군은 ‘배달의 기수’ 같은 TV 시리즈에 힘을 싣기도 했다.

김나현·고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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