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어 합쳤더니 … 학교 살아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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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수업 중인 울산 두동초등학교 학생들.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을 둔 이미정(51·여)씨는 지난해 가을 도심인 울산시 중구를 떠나 농촌인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으로 이사했다. 삭막한 환경보다는 시골이 자녀 교육에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골 초등학교 시설이 나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기우였다. 학생 수가 적은 덕분에 교사가 학생에게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이씨는 “도심에 있는 학교보다 교육의 질이 훨씬 높다. 수업도 시골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활동 덕분에 이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줄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시골 초등학교 2곳이 통합하면서 학생이 늘어나고 전학 문의가 잇따르는 학교로 바뀌었다. 옛 두동초등학교와 봉월초등학교가 통합해 생긴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두동초등학교 이야기다.

 옛 두동은 2011년까지 학생 수가 35명에 불과했다. 논과 밭에 둘러싸인 전형적인 시골 학교였다. 이 학교에서 약 7㎞ 떨어진 곳에 있는 봉월은 학생 수가 더 적은 27명이었다. 두 학교 모두 초등학교보다 규모가 작은 ‘분교장’으로 바뀔 위기에 놓였다. 시간이 더 지나면 학교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두동면의 인구는 4000명도 안 된다. 인구가 늘지 않는 이상 분교장으로 떨어지는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

 불안감을 느낀 두 학교의 학부모들은 아이디어를 냈다. 두 학교를 합쳐 하나의 초등학교로 만들자는 의견이 학부모 회의에서 나왔다. 두 학교의 예산을 더하면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의견을 울산시교육청에 냈고 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각각 30명 안팎이었던 두 학교는 14일 현재 69명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됐다. 한 학년당 한 학급씩 9~14명이 배정됐다. 교육환경도 크게 좋아졌다. 교육부가 모범적인 학교 통합 사례로 꼽으면서 예산 25억원을 배정한 것이다. 다음달 중순에는 64억원짜리 3층 신축 학교(지하1층, 지상 3층, 연면적9150㎡)도 완공된다. 운동장에는 천연잔디가 깔렸고, 육상트랙도 있다. 교실은 황토벽돌과 편백나무로 만들어졌다. 컴퓨터실과 독서실, 음악실, 시청각실 등 다용도 학습실도 하나씩 갖췄다. 병설 유치원도 함께 생겼다.

 이 학교 학생들은 도시의 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체험학습을 즐긴다. 학생 수는 적지만 예산이 풍족한 덕분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3~6학년 학생 전원이 강원도에서 2박3일간 스키를 즐겼다. 5~6학년들은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오는 6월에는 전교생이 함께 독도를 찾을 예정이다.

 교육 프로그램도 도시의 학교보다 뛰어나다. 사설 영어 교육기관의 강사를 불러 영어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교사들이 전교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울 만큼 친밀하다. 학생 1명당 한복 한 벌씩 나눠주고 매주 화요일을 ‘한복 입는 날’로 정해 예절교육도 한다. 30여 명이 탈 수 있는 스쿨버스 2대가 학생들을 실어나른다.

 학부모 김장미(44·여)씨는 “시골 학교가 아이들 정서에만 좋을 줄 알았는데 학습 내용도 도시 학교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입학을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양광석 교장은 “교사 한 명당 담당하는 학생이 열다섯 명도 안 되다 보니 수업의 질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시골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교육예산이 어우러져 대한민국 최고의 초등학교가 됐다”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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