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억제보다 수출 확대로 물가 안정을 급속한 회복에서 착실한 성장궤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나라 경기와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인 선진국 경기와의 시차는 대체로 5∼6개월로 알려져 왔으나 경기가 회복단계에서 성장단계로 확실히 진입하게 되면 우리나라 경기도 선진국경기와 시차가 없다고 할 정도로 거의 동시적으로 진행하는 것 같다.
세계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소매판매가 7월중 전월비 1·2%감소하고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보이자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던 우리나라의 신용장 내도액이 6억 5천만「달러」내지 7억「달러」대에서 8월에 들어 6억「달러」선으로 둔화되고 있는 지표 등은·이러한 동시화현상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경기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어느 때 보다도 선진국 경기동향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 경기가 금년에 들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급속하게 회복세를 보여 온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금년의 성장전망이 미국이 당초 5·8%에서 7%로, 일본이 4·3%에서 6∼8%로, OECD평균이 4·0%에서 5·0%로 상향 수정되고 있음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 상반기 중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던 선진국 경기는 하반기부터는 착실한 성장궤도로 이행해 갈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왜냐하면 선진국경기의 회복, 성장 과정에서 『아킬레스」의건』으로 꼭 나타나는 「인플레」 위협으로 말미암아 각국이 성장의 고삐를 늦추어 잡아 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2· 4분기 성장률(전기비, 연율)이 1·4분기의 9·2%에서 4·4%로 일본의 1·4분기의 3·2%에서 1·1%로 크게 둔화되고 있음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기 추세도 이와 비슷하다.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던 산업 생산이 7월에 들어 전월비 0.3% 감소한 것을 비롯하여 경기 예고 지표도 1·8로 상향성 안정세를 보여주고 있음은 경기가 상향권에서 보합세를 띠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더우기 8월 들어 하반기 이후 강화되고 있는 금융긴축을 반영하여 민간부문의 통화성이 올 들어 최대인 4백69억원이나 감축되어 시중의 자금사정이 한층 핍박해지고 있는 것도 선진국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하겠다.
외환 수급을 중심으로 본 국제수지 상태는 60년대 이래의 성장사상 가장 좋은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수출호조에 힘입어 외환 수급 흑자가 8월에도 지속, 경상수지가 2억5백만「달러」의 흑자를 나타냈으며, 외환 보유고가 22억6천5백만「달러」에 이르는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수출호조는 물론 8월말 현재 수입액 중 수출용 원자재 수입은 43·5%증가한데 대하여 기타 내수용 수입은 「제로」신장에 머무르는 수입억제가 주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책당국에서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수입둔화가 물가안정에는 「마이너스」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하반기의 과제인 물가안정을 금융긴축을 통하여서만 기도 할 것이 아니라 수입의 어느 정도의 증대도 고려하면서 증대되는 수입에 의한 주름살은 수출의 적극적인 신장에 의해 펴 나가는 정책 방향이 검토 될 만 하다고 본다.
그렇게 볼 때 수출 신장세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앞서 논급한 것처럼 하반기 선진국의 경기 전망은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대체로 착실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이제까지 본격적으로 불이 붙지 않았던 설비투자가 일어날 전망이 있다. 그렇다면 상반기 중 급속한 신장률를 보였던 섬유수출 (70%신장)은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설비투자 수요를 반영하는 중화학 제품수출은 하반기부터 오히려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초점이 되는 정책은 수출산업공급능력확충문제일 것 같다. 사실 철강부문 등은 73년 이후 공급능력확충이 전혀 없었다. 이제 수요가 73년 수준을 넘어설 순간에 있는 지금부터 공급 능력 증대를 꾀해야할 것이다. 『쇠는 달아오를 때 치라』는 격언을 정책당국이나 업계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할 때인 것 같다. 기회가 왔을 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 유리한 성장시기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오범식<한국무역협회부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