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의 거듭되는 어선납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판문점 도끼살인사건으로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때, 또 동해에서 오징어잡이 어선 신진호가 북괴경비정에 의해 피납되었다.
수산청 발표에 따르면 신진호는 기상이 나빠 항로착오를 일으켜 30일 상오10시40분께 북방한계선을 월선, 북괴경비정의 사격을 받고 나포됐다고 한다. 당시 피납해상은 파고 2·5m에 짙은 안개가 껴 시정이 5백m밖에 안 되는 나쁜 기상조건이었다. 신진호 같은 소형어선으로는 그같은 본의 아닌 항해사고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번 어선납치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우리의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북괴경비정이 또 비무장어선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는 사실이다. 북괴의 비인간적인 야만성을 몰랐던 바는 아니나 나쁜 기상조건으로 표류하고있는 배에 어찌 총질을 할수 있단 말인가. 어선과 어부를 납치해갔다는 사실보다도 이렇게 무력한 어선에 마구 총질을 했다는 잔인성이야말로 더욱 몸서리쳐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어선이 같은 공산주의자들인 중공에 납치되던 상황과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지난6월 황해에서 중공은 그들의 어로금지구역 침범을 이유로 안강망어선 2척을 납치해간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에도 중공선박이 우리 어선에 마구 총질을 가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중공당국은 며칠만에 납치했던 어선과 어부를 모두 석방했었다.
그때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북괴경비정의 신진호 납치상황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래도 같은 민족이라면 똑같은 일을 저질러도 어딘가 좀 나은 점이 있어야 할 터인데 낫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더욱 잔인하고 무도하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북괴로서는 이호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통지문대로 어선과 어부들을 조속히 그들의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만이 죄과를 줄이는 유일한 길이다. 되도록 그들 어부들이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가족과 함께 쇨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한편 한적의 납북어선의 조속석방 촉구와 관련해서 남북 직통전화가 불통중임이 밝혀진 것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큰 충격이었다. 이 직통전화는 남북적십자회담 개시직후 자유의 집과 판문각사이에 개설됐다가 7·4성명 후 서울∼평양간에 확대 가설되어 남북대화의 통로로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73년8월 북괴 김영주의 대화중단 성명이후로는 거의 유일한 대화통로역할을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통화가 안된 일이 없던 남북 직통전화가 지난 30일 하오부터 장시간 계속 불통이라면 여기에는 무엇인가 정치적인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북괴가 며칠전 남북적십자회담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헐뜯은 것과 관련이 없는지 의문이다. 만일 우리의 우려가 적중한다면 남북통화는 그 형해마저 없어지는 결과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5천만 민족의 여망과 세계의 기대를 짓밟는 최악의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는 결코 안되겠다. 우리의 걱정이 한낱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남북대화의 진척을 열망하는 우리민족과 전세계의 여망을 더 이상 외면치 말기를 북괴에 다시 한번 촉구하면서 우선 납치한 어부와 어선의 석방이 그 첫걸음임을 강조해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