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상 사임까지 몰고 온 구 군부지도자 귀국 소동 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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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방콕=이창기 특파원】일부에서『나폴레옹이 엘바 섬에서 돌아온 격』이라고까지 표현한 구 군부정권 부수상 프라파스의 최근 일시귀국은 유혈시위 소동을 일으키고 국방상의 사퇴소동을 몰고 오는 등 또 한차례 내정소요를 불러 일으켰다.
73년10월의 학생혁명으로 구 군부정권이 밀려난 이래 불안스런 민정을 유지해 오고 있는 태국은 항상 군부의 쿠데타 재발위험에 대해 고슴도치처럼 경계태세를 취해 왔다.
프라파스의 일시 귀국으로 유발된 소동도 그러한 배경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세니 정권은 프라파스 잠입사건으로 유발된 야당의 사임압력과 의회해산요구 공세로 집권4개월만에 정치적 수세에 몰렸다가 재 추방조치로 겨우 허리를 펴게는 됐다.
프라파스는 그를 반대하는 대규모 데모에서 데모 군중 62명이 사상(사망2명)하는 유혈극이 지난21일 빚어진 후 잠입 1주일만에, 그리고 체류 마감 일을 나흘 앞두고 전 망명지대 북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 유혈사건은 지난21일 하오 방콕시내 타마사트 대학에서 1만5천명이 모여 데모를 벌이고 있는 중에 이 데모 군중 속으로 진입을 기도한 극우파「레드·가워」대원과 이를 저지하는 NSCT(태국전국학생센터)소속 학생간에 총격전과 수류탄 투척으로 빚어졌었다. 당초 풍문으로 유도됐던 프라파스의 잠입소문이 지난17일 밤 『일단의 동조세력지원으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방콕에 극비리에 들어왔다』는 세니 수상의 공식발표로 공식화되었다.
잠입확인으로 NSCT단체는 즉시 추방요구에서 즉각 체포, 재판회부로 그 요구가 한층 강화됐고 이에 노동자연맹·야당 등 1백32개 압력단체가 가담, 반 프라파스 데모로 규모가 확대되고 격렬해졌었다. 이들은 프라파스는 일단의 세력과 쿠데타 음모를 위해 잠입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회행동 당 등 야당의원 50여명은 세니 수상에게 사전에 잠입을 저지 못한 실책과 잠입통로인 돈누앙 공항의 허술한 보안책임을 물어 정치문제화,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양면공격을 폈다. 세니 수상은 집권4개월에 프라파스 문제로 인해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었다.
1개월간 미국 등 유럽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전 수상 쿠크리트 사회행동 당 당수도 세니 정권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 야당요구에 동조하기에 이르렀다.
프라파스의 출국으로 일단 사태는 가라앉았지만 그의 입국이 군 일부의 은밀한 지원으로 이루어졌고 세니 내각이 그 과정에서 무력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쿠데타 공포가 또 다시 민정의 앞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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