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스스로를 다스릴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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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가을 새 학기가 시작됐다. 방학중 뜨거운 태양 아래 벌어졌던 온갖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제부터는 차분한 자세로 사색과 독서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비단 학생만이 아니라 슬기로운 삶을 살려는 모든 지성인들에게 있어서도 가을은 사색과 독서의 계절이 아니겠는가.
이 계절에 특히 생각해야 할 것은 인간수련을 위해 스스로를 극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공통된 특색의 하나는 지나치게 보편화된 지식의 확산과 또 너무도 이기주의적 행동양태의 미만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자기수양을 등한시하는 경향이라 할 수 있다. 본래는 교육의 목적자체가 이같은 인간수련의 방법을 가르치는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교육은 너무도 형식성의 요구에 집착한 나머지 오히려 근본목적을 잃어버린 색맹 증에 걸렸다고 나 할까.
교육의 근본목적이 인간수련을 가르치는데 있다 함은 예컨대 discipline이란 용어를 상기하는 것 만으로써도 족할 것이다. 흔히 규율 또는 수련이라는 뜻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이 말의 본뜻은 도리어 교육 일반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봄이 옳다.「웹스터」대사전에 따르면, 그것은 스승과 제자사이의 교육적인 인간관계를 총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사람들의 정신능력과 도덕적 품성을 키우고, 교정하고, 완성케 해주는 모든 훈련과 체험활동』의 총체가 곧 교육이자 discipline인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사색과 독서를 통해서는 물론, 교육활동의 전 영역을 통해서 보다 큰 진·선·미의 가치 앞에 겸손할 줄 알며, 모든 행동에 있어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상, 오늘날 현대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부재의 근원이 바로 이 같은 의미를 이해치 못한 사람들의 과욕·오만·자기존대·지나친 이기심 등에 있다고 하면 지나치다 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몸에 익혀야 할 자기수련의 방법이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의 교육과 사회현장 전체가 교육의 이 같은 가장 원초적인 목적인 인간수련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편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교육의 이러한 기본목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공동체 안에서 화합해서 살 수 있는 기본능력으로서의 언어동작과 예의범절을 가르치는데 있음은 아무런 이의가 없는 터다. 이제 우리는 작게는 자기가 태어난 마을과 국가사회의 성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좀더 시야를 넓힌다면, 동시대 전 지구가족의 성원으로서 시대를 함께 호흡하고, 때론 함께 봉사하고, 때론 그 안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능히 담당할 수 있는 지적·도덕적인 품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가 한 개인으로서나 한 국민으로서 어찌「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거나 자기만 잘난 체하고 자기만을 내세우려는「졸부장군」이 될 수 있겠는가.
이런 견지에서 최근 본지가 연재하고 있는『스스로를 닦는 사람들』은 이 같은 인간수련의 여러 단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자신의 자아만이 아니라 인간의 영적 생활의 해방을 위해서 가혹한 수도와 고행의 과정을 밟는 목자·수도승의 극기하는 방법도 우리에겐 다시없이 중요한 시사다.
그러나 어디 그뿐이겠는가. 구미의 학생들이 사제간의 진한 인간적 접촉과 폭넓은 독서활동을 통해서, 그리고 활발한 봉사활동과 잦은 여행을 통해서 남들의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자기를 겸허하게 통 어 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무쇠가 거듭되는 단련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쓸모 있는 강철이 될 수 있듯이, 인간 역시 끊임없는 자기수련과 자기향상에의 노력이 거듭됨으로써만 비로소 대아가 될 수 있음을 다같이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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