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시장 괴롭히는 소련의「덤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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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이 최근 들어 해외시장에서 출혈 수출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제까지 소련은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1차 산 품을 주로 수출하고 소비재 등 완성품은 수입에 의존하는「패턴」 이었으나 최근 들어선 소비재와 기계류의 수출을 두드러지게 늘리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연인」(러시아어로「라다」)이라는 달콤한 이름을 붙여 영국·서독· 「그리스」등에 싼값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공업에 우 선을 두는 소련에서 자동차는 비교적 후 발 산업인데「이탈리아」의 세계적 자동차「메이커」「피아트」로부터 기술을 도입, 67년 공장건설에 착수하여 벌써 74년부터 대 서방수출을 시작한 것이다. 늘74년의 소련 자동차수출은 영국 행이 6천1백11대로 가장 많고 다음「그리스」에 3천5백73대,「네덜란드」에 3천3백71대,「덴마크」에 2천8백68대,「프랑스」에 2천3백77대를 팔았다.
소련의 자동차가 이토록 서방시장에 침투하는 것은 무엇보다 값이 싸기 때문인데 사회주의 체제에선 원가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싼값으로 출혈 수출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소련자동차는 자본주의 체제의 본 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시장에 까지 침투할 계획으로 현재 미국의 배기「가스」의 공해기준「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같은 나라에 선 소련의「덤핑」공세에 비명을 올리면서 자위책으로 수입규제조처를 취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싼값에 의한 소련의 수출공세는 자동차뿐 아니다. 최근 1∼2년 동안에「칼라」TV·「카메라」·자전거·시계·「트랙터」·「헬리콥터」등의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소련의 수출 규모는 73년의 3백13억「루블」(1「달러」=0·75「루를」)에서 74년엔 3백95억「루블」로 26·2%가 늘어났는데 이중 사회주의 국가에의 수출이 16·7%증가한 반면 서방공업국에의 수출은 48·7%나 늘어났다.
소련이 이토록 출혈까지 감수하면서 수출을 늘리는 이유는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대체적으로 외환부족이 심각하다는 것과 또 원재료 수출국이라는 후진형「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소련은 원자재 수출로 재미를 보아 왔으나 74년 이후의 세계적 불황 때문에 원재료의 수출이 줄자 이를「커버」하기 위해서 소비재·기계류 등을 서둘러 수출한다는 것이다.
사실 소련은 미국으로부터 소맥을 대량으로 사가는 등 외환지출이 늘고 있는데 수입은 줄어들어 외환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소련은 정치·군사 면에선 초 대국이지만 무역「패턴」은 원재료 수출, 소비재 수입의 후진형이어서「아프리카」·중동제국에의 「이미지」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를 쇄신할 정치적 필요가 소비재의 출혈 수출공세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출혈 수출 때문에 소련 및 동구권은 물자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련은 해운부문에서도「덤핑」공세를 벌이고 있어 서방 해운 계가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소련뿐만 아니라 동독·「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등 동구제국도 소련과 비슷한 수출공세를 보이고 있어 종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확연히 구분됐던 세계무역 판도는 점진적이지만 커다란 변모를 보이고 있다. <일경「비즈니스」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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