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불씨…동-서독 경계선 총격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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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단 후 거의 한 세대가 흐르는 동안 남과 북은 아득한 먼 거리감을 두고 있는데 비해 동서독 관계는 서울과 평양처럼 먼 거리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동「베를린」에 서독 대표부 (대사급)가 상주하고 「본」에 동독 대사가 자리잡고 서독의 기자들이 동독에 상주하면서 그때그때 일어난 일을 낱낱이 보도하고 또 서독에 나와 있는 동독 기자들도 서독서 생긴 일들을 동독에 알려주고 있다.
동독이 서독의 경제 지원을 받아하고 있는 서독과 서「베를린」을 잇는 고속도로와 절도의 복선 건설 사업이 동서독 경제 협력의 대표적인 예다.
서독과 서「베를린」을 잇는 육로 (고속도로·철로), 수로 (운하) 사용료는 매년 서독 정부에 의해 동독에 일괄 지불되고 있으며 또 서「베를린」시가 쓰레기 버릴곳이 없어 동독에 장소를 임대해서 오물 처리장 확보를 한 예도 있다.
분단 이후 긴장시대에도 끊이지 않고 줄곧 지속된 물물 교환으로 시작된 경제 교류는 1975년 한햇동안 74억「마르크」 (1조4천억원)의 동서 교역 규모로 성장했다.
서독에 살고 있는 동독 공산당 당수 「호네커」의 아버지가 여름 휴가를 동「베를린」의 아들 집에서 보내고 돌아오기도 하고 또 서독 기민당의 수상 후보로 지명된 「헬무트·콜」당수가 가족과 함께 동독의 고향에 들러 며칠씩 보낸다.
이런 여러 사례들은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분단선만 있는 통독으로 착각할지도 모르나 동서독을 갈라놓고 있는 1천3백81km의 분계선은 다른 국경선과 비교해서 살벌한 분위기다.
분계선 서쪽은 누구나 공포감 없이 경계 부근까지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지만 동쪽은 정반대다.
철조망에서 수백m까지 지뢰밭과 자동 발사기·자동 경보기와 조명등이 장벽을 따라 설치되어 있고 군데군데 초소의 경비병이 경비를 하는 살풍경이다.
이 동서독 경계선에서 최근 일련의 총격·납치 사건들이 발생하여 동서독간에 치열한 논쟁을 빚고 있다.
동독 경비대가 경계선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발포하거나 납치했다가 석방한 사건이 지난달 하순 한주말에 3건이나 발생하자 동서독은 서로 공식 항의를 교환했다.
서독은 동독 측 행위가 동서간 통행의 자유를 보장하는「헬싱키」「유럽」 안보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이 문제를 「유엔」에서 제기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독은 오히려 「헬싱키」 협정을 위반한 서독의 도발 사건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으로 끌고 가자는 서독 정부의 발표는 즉각 대외적으로 소련의 맹렬한 비난을 받았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서독 정부가 이번 사태로 지나치게 반응을 보였다가 앞으로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분계선상에서 충돌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잃게 되고 지금까지 쌓아올린 동서독 관계를 기본 조약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해서 되겠느냐는 것이 일반 여론이다. 그러나 심한 충돌 사건이 발생해도 문제 해명 과정에 사건 당사자를 돌려 보내주는 동서독 분계선은 영영 해결책을 못 찾는 한국의 휴전선과는 다른 차원에 위치한 느낌이다.
【프랑크푸르트=엄효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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