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사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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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꼬리는 말, 발굽은 소, 뿔은 사슴, 목은 낙타를 닮았지만 말도 소도 사슴도 낙타도 아닌 동물. 그래서 이름도 사불상이다.
야생 사불상은 1894년 중국 황하의 대홍수로 전멸됐다. 이 때문에 사불상은 한때 지구상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영국의 한 선교사가 종족을 이어 놓았다.
우리나라는 용인자연농원에 11마리가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야생하고 있는 것은 1마리도 없어 「자이언트·펜더」와 함께 희귀동물로 꼽힌다. 사불상은 성질이 차갑고 매운 데가 있어 더위를 잘 이겨내고 겉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천성이 음지를 좋아하는 사불상은 그늘로 피해 더위를 잊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기온이 30도로 오르면 사육사에게 구원을 청한다. 어떤 놈은 병에 걸려 심히 고통받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며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가장할때도 있다. 사육사가 기겁올 해 달려가「호스」로 물을 끼얹어 주면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생기를 찾는다.
사불상의「샤워」는 여름철에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샤워」를 끝낸 뒤 기분이 좋아진 사불상은 그때서야 미뤄 두었던 먹이를 먹는다. 요즘 사불상이 가장 좋아하는「메뉴」는「클로버」. 건초와 함께 초원에서 건강하게 자란 푸른「클로버」를 5∼8㎏이나 먹어 치운다.
배가 부르고 시원한 바람이 이는 황혼녘이면 사불상은 멋진 노래를 부른다. 황소의 소리와 비슷하지만『음-』하는 소리가 퍽 단조롭고 가늘면서 날카롭다. 황소의 소리가「베이스」라면 사불상의 소리는「소프라노」라고 할까. 사불상의 소리는 4km이상 멀리 떨어진 곳까지 잘 들린다. 우리 사육사들은 이제 사불상의 소리가 귀에 익어 소리만 듣고도 어느 녀석의 소리인지, 또는 건강상태가 어떤지를 식별할수 있다.
뿔 길이가 85㎝나 되어 위험스레 보이나 그지없이 순한 동물이다.
사육사가 지나치면 껑충 껑충 뛰어와 몸집(키1.14m 몸길이2m)에 어울리지 않게 응석을 부린다. 한국의 여름을 잘 이겨낼까 걱정을 했지만, 사불상은 그런 걱정엔 아랑곳없이 그 신속·경쾌·우아한 몸매를 잘 가꾸어 가고있다. 다행한 일이다. <우영제(용인자연농원 동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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