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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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복더위를 넘기는 북극의 신사는 숨이 차다. 불볕 속에서 땅이 끓고 허덕허덕 어쩔 줄을 모른다. 이럴 때는 긴급 빙수욕까지 시켜 복더위를 식혀주어야 하는 동물사 관리인들도 허덕허덕해야 한다.
백곰의 고향은 북극권인 「그린란드」의 북위60도. 빙토에 서식하며 빙산의 유빙을 타고 수백km씩 이동, 영하 20∼30도의 혹한을 즐기며 사는 한대동물의 대표이기도 하다.
수은주가 오르면 백곰은 북극의 빙원을 그리며 질펀히 배를 깔고 엎드려 「콘크리트」바닥의 찬 기운을 빨아들인다.
사육사가 먹이를 주거나 관람객이 나뭇가지로 쑤셔대도 아랑 곳 없이 1∼2시간씩 잠에 빠진다. 그러고도 못 참겠다는 듯 「풀」에 몸을 던져 머리만 내놓고 수영으로 몸을 식힌다.
백곰의 「풀」은 가로 12m, 세로 5m, 깊이 3m로 항상 냉수가 넘쳐흐른다. 동물원에서 가장 많이 물을 쓰는 시기가 초복부터 말복까지의 21일 동안. 이 동안 1년 쓰는 전체 양의 3분의 2를 쓴다.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엔 창경원 관리사무소는 길이 1m, 두께 30cm의 얼음덩이까지「풀」에 넣어주어 피서를 시켜야한다. 백곰은 앞발로 얼음덩이를 가슴에 껴안고 뒹굴며 몇 차례 「텀블링」을 즐기다가 『으드득』 깨어 먹기도-. 이 먹음직스러운 『으드득』소리는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시원케 한다.
털갈이가 없는 백곰도 한국에 와선 털이 빠진다.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동물본능의 후천적 피서법을 익힌 것이다. 식욕이 떨어진 백곰에겐 삶은 닭고기를 주어 체력을 유지시키고 한 달에 한 번씩 구충약을 먹여 영양의 손실을 막아준다.
백설의 빙원이 눈이 부시다.
얼음 속에서 여름을 맞는 북극처럼 자연환경에 맞는 인조빙산의 백곰사를 만들어 줄 수 없을까.
찌는 듯한 여름더위는 한창인데 이 고역을 어떻게 넘길까. 해마다 가슴 죄는 고비이기도하다. [펜화·김경우 화백|글·김정만<창경원사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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