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은 『혁명』…미국의 사회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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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피터·F·드러커」는 미국의 경영학자로서 『경제인의 종말』 『단절의 시대』 『현대의 경영』 등 새로운 접근방식의 저서를 내놓아 주목을 끌어왔다. 1909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출생, 독일의 「함부르크」·「프랑크푸르트」대학을 졸업하고 37년 미국으로 옮겼다. 71년이래 「로스앤젤레스」의 「클레어먼트」대학교수로 있다. 『보이지 않는 혁명』은 금년에 나온 신저(원명 Unseen Revolution came to America)로서 이의 대의만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회주의를 「노동자에 의한 생산수단의 소유」라고 정의한다면 미국이야말로 사상 최초의 유일한 사회주의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노동자는 사적연금기금을 통해 적어도 전 산업 주식의 4분의 1을 소유하고있다. 노동자들은 전 산업을 충분히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위에 자영자·공무원·교직원의 연금기금이 전 산업 주식의 10%를 소유한다. 따라서 미국의 피고용자와 자영자가 전 산업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연금기금의 주식은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적어도 10년 뒤인 85년 혹은 그 이전에 피고용자와 자영자는 전 주식의 절반이상을 소유하게될 것이다. 20년 뒤인 21세기까진 전 산업 주식의 3분의 2를 점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전 산업은 연금기금의 지배아래 들어가고 창업자나 그 유족이 지배하는 것은 기업의 몇%정도일 것이다. 미국의 피고용자는 그들의 연금기금을 통하여 미국경제 전체의 자본기금을 소유, 지배한다는 의미에서 유일한 자본가가 되고 농업부문을 제외한 미국경제는 피고용자를 위해 운용되고 있다.
기업의 이익 중 연금기금에의 갹출, 즉 미래기금에 들어가는 부문이 계속 높아져 이미 잉여가치는 존재치 않는다.
일본의 대기업도 비슷한 방향에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에선 피고용자나 그 수탁자에 의한 자본기금의 소유나 지배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정반대의 체제 아래 있는 나라가 「유고슬라비아」인데 여기선 종업원 혹은 종업원 대표가 기업을 지배·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본공급이나 배분에 대해선 발언권이 없다. 자본은 국가의 독점지배 아래 있다.
따라서 「유고슬라비아」는 국가자본주의 체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노동자에 대해 고용과 소득을 보장하고는 있지만 자본 배분의 최종적인 결정권은 독립된 존재인 시중은행에 있다는 의미에서 금융자본주의 체제라 할 수 있다.
미국은 경제구조면에서 노동자가 생산활동의 모든 성과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사회주의 체제를 실현하고 있다. 바꾸어 말해 미국은 경제의 국유화 없이 또 무의식적으로 경제의 사회화를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본주의국이다. 따라서 미국은 「레닌」이전의 사회주의자들이 이상으로 삼고 또 그 실현을 위해서 분투했던 시장사회주의국가를 이미 실현했다 할 수 있다.
연금기금 비대의 배경이 된 변화가 연금기금 자체와 마찬가지로 중대한 의미를 갖고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선진국에 있어서 인구구조의 변화 즉 인구의 고령화 현상이다. 사회보장의 충실화와 더불어 고령층이 많아지고 있다. 35년 사회보장 보험이 시행되었을 때만해도 65세 이상의 사람은 노동인구 9∼10인에 한사람 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4인에 한사람 꼴이고 조금 있으면 3인에 한사람 꼴이 될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노동인구 증가의 3배 꼴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75년 현재 미국에서 65세 이상의 사람은 모두 2천2백만명으로 전 인구의 10%에 달하고 있다. 이 고령인구는 80년대 중반까진 3천만명, 즉 전 인구의 12%, 성인인구의 20%에 이를 것이다.
이들은 정치나 여론, 또 더우기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책을 좌우하게 되었다. 고령자는 연금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미국의 연금기금은 봉건제도 붕괴 후 가장 대규모로 소유권의 이동을 가져왔다.
소련의 공산혁명보다도 더 격심한 소유권의 이동을 초래했다고 말할 수 있다.
농업부문 이외의 생산수단은 피고용자라는 대중에 의해 소유되고 이 생산수단은 피고용자를 위해 운용되고 있다. 기업이익은 피고용자가 소유하는 연금기금으로 몰리고있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동일 인물이 되고 임금기금과 자본기금이 다같이 노동소득으로서 표현된다는 경제체제의 실현은 바로 혁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존하는 어떤 경제이론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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