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1000원에 사면 400원 취약계층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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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000원짜리 복권 한 장이 팔리면 그중 400원은 어려운 이웃에게 돌아갑니다. 복권 수익은 최대한 취약계층을 위해 쓴다는 원칙을 꼭 지키겠습니다.”

 복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55·사진)은 9일 “복권의 사행성을 최소화하는 대신 공익성을 높이는 게 복권위원회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복권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다. 복권위원회는 여러 부처와 공기업에 흩어져 있던 복권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2004년 4월 만들어진 정부기관이다. 복권마다 가격과 상금이 다르고, 수익금 사용처가 제각각인 데서 오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복권위원회 출범 10년간의 가장 큰 성과를 말한다면.

 “복권기금을 취약계층에 더 많이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2004년 복권 판매 매출 3조5000억원 중 공익사업에 쓰는 복권기금은 9000억원에 그쳤다. 그때나 지금이나 매출은 거의 비슷하지만 공익사업에 배정한 기금은 1조5000억원으로 10년 새 70% 가까이 늘렸다. 내부적으로는 그리스산 복권운영시스템을 국산으로 대체한 것도 큰 성과다.”

 -복권의 형태도 많이 달라진 듯한데.

 “난립했던 복권을 정리해 현재는 4개(나눔로또·연금복권·스피또·인터넷복권)의 복권만 발행하고 있다.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해 대표 복권인 로또 판매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고 이월 횟수를 2회로 제한했다.”

 -이월 횟수를 제한하다보니 당첨금이 낮아져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꼭 그렇진 않다. 1등에게 많은 당첨금을 몰아주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1등으로 당첨돼 상금을 나눠 갖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로또 숫자를 예상해 주는 인터넷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로또 구입자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동안의 당첨 숫자를 분석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건 어렵다고 본다. 로또 당첨 확률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814만분의 1이다.”

 -새로운 복권을 만들거나 지금 복권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은.

 “새 복권을 만들 계획은 없다. 다만 복권의 공익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적 기부복권제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면 어떨까 한다. 복권 구입자가 복권 수익금의 사용처를 정하는 것이다. 어린이·노인·중소기업과 같은 지원 분야를 정하면 의미가 클 듯하다.”

 -바람직한 복권 구입 문화를 제시한다면.

 “1인당 구입한도(10만원) 안에서 본인이 재미를 느낄 정도로만 사면 좋겠다. 그러면 일주일간 행복한 꿈을 꾸며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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