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후원 덕에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꿈 키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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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예전에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었는데 지금은 훌륭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되는 거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충북예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이형진(16·사진)군의 다짐이다.

 이군은 콘트라베이스와 중학교 3학년 때 만났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는 방과 후 시간을 때우기 위해 지역아동센터에 들리는 악동에 불과했다. 가끔 악기상에서 내다 버린 기타나 바이올린으로 취미삼아 연주를 할 뿐이었다. 그런데 악기만 쥐여주면 곧잘 연주를 잘하는 그를 아동센터 선생님이 눈여겨봤다. 키가 180㎝로 훌쩍 크고 덩달아 손의 크기도 커지자 콘트라베이스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게 됐다. 그는 현악기 중 가장 큰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데 탁월한 신체조건을 갖췄다. 보통 한 손으로 최대 3개 음을 집는데 그는 한 번에 4개 음을 집을 수 있다. 이군의 손은 성인 남자의 손과 비교하면 한 마디가 더 길다. 예고 합격이라는 목표까지 세우고 진지하게 도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악기 구입비와 레슨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예고 입시를 5개월 남겨둔 중3 여름에 기회가 찾아왔다. 저소득층 음악 인재를 후원하는 SK하이닉스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후원금으로 활도 새로 사고 개인연습실도 빌려서 밤 11시까지 연습하곤 했어요. 지루하지 않았고 더 신나서 연습했죠.”

결국 그는 예고에 합격했다. 이군의 가장 가까운 목표는 자신처럼 꿈을 새로 찾은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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