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 6개의 충치 경험|전국 2만5천명 대상 첫 구강 질환 실태 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인의 치아 건강 상태가 의외로 좋지 못해 치아 관리를 너무 소홀히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 구강 보건 협회 (회장 오원선·이사장 김주환)가 국민 구강 보건관리책 수립의 기초 자료를 얻기 위해 실시한 「한국인 구강 질환 실태 조사」에서 밝혀진 것으로 이 조사에 의하면 17세 이상인 사람 중에 치석이 침착 되지 않은 사람은 3.75%에 불과해 1백명 중 97명은 성인이어도 잇솔질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탓으로 그 대부분이 치주병을 앓고 있거나 그럴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보사부의 행정적·재정적인 지원과 세계 보건 기구 (WHO)의 기술 지원으로 71년부터 3년간 서울·부산의 7개 동 5천6백명을 비롯, 각도의 해안·산악·평야 지방 각 1∼2개 지역 등 전국 32개 표본 읍·면·동 주민 2만5천6백명 (남녀 각 1만2천8백명)을 연령별 (7·11·14·19·24·28-32·38-42·48-52세 군 각 3천2백명)로 조사한 것으로 국내선 처음 실시된 전국 규모의 구강 역학 조사다.

<32개 표본 읍면동>
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아동은 평균 2·8개의 충치 경험 유치를 가지고 있으며 성인은 평균 3·18개의 충치 경험 영구치를 가지고 있어 한사람이 일생에 평균 6개의 충치를 가지고 있었다.

<남자 입이 더 불결>
▲한국인 중에서 유치에 충치를 경험한 사람은 68·1%로 이 가운데 치료를 받은 것은 2·5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방치하고 있어 국민학교에서의 구강 보건 교육 및 진료 사업의 중요성을 관계 당국은 인식해야할 것 같다. 또 영구치에 충치를 경험한 사람도 93·55%나 되는데, 치료한 것은 22%에 지나지 않았으며 38·6%는 이로 인해 이를 뽑았고 나머지 약 40%는 아직도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는 실정이다.
▲구강 위생 상태가 우수한 사람은 7·4%, 아주 불량한 사람은 40%였으며 여자보다는 남자의 입 속이 더 불길했다.

<윗니가 훨씬 약해>
▲28세 이상의 피검자 9천6백명 가운데 윗니 또는 아랫니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 53명, 이가 전혀 없는 사람이 44명이나 있었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1천명만 남자는 4명, 여자는 8·3명이 윗니·아랫니 중 적어도 한쪽은 이가 하나도 없는 셈인데 아랫니보다는 윗니가 없는 쪽이 3배 가량 많았다.
▲피검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치아수의 83%가 잇몸 조직에 염증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의 무관심이>
▲19세 이하의 피검자의 10·07%가 입천장 파열, 뻐드렁니, 「크라우딩」 (이가 비뚤어진 것) 등 악안면 이상으로 정신적·신체적·정서적 장애를 받고 있었는데 이는 대부분 생후 발육 과정에서 아기의 버릇에 대한 엄마의 무관심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계몽 등 서둘러야>
이 협회는 또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①국민 구강 보건 관리책의 과감한 개혁 ②칫과 위생사를 대량 양성할 수 있는 교육 기관의 설립 ③칫과 의사에 대한 보수 교육 과정에 예방 칫과학 교육과 공중 구강 보건 교육을 강화하고 ④장기적인 충치 예방 정책으로 음료수의 불소화와 불소자가 도포 방안을 세워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예방이 더욱 중요>
이번 역학 조사를 맡았던 김주환 박사는 구강 질환도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로 예방이 중요한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계몽 시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사단의 한사람이었던 김종배 박사 (서울대 치대)는 이번 조사에서 농어촌과 도시인 사이에 구강 질환상 큰 차는 없었다고 말하고 유치를 관리하는 자세와 습성은 영구치를 관리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치아 관리는 어릴 때부터 올바른 습성을 갖도록 지도 계몽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