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부담의 사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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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료의 혜택을 모든 계층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사회개발을 지향하기로 한 4차 계획이 당연히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의 하나다.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데 기여하지 못하는 개발계획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4차 계획의 사회개발목표도 이런 시대적 요청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확대는 사회복지를 위한 여러 정책목표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목표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특히 우리의 경우, 다른 사회개발목표, 예컨대 교육이나 주택에 비해 이 부문의 개선이 크게 뒤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복지의 성격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이 부문의 현실은 각계의 의료「서비스」이용실태 조사에 나타난 대로 매우 후진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환자의 60%만이 의료시설을 이용한다든지, 농촌환자의 43%가 돈이 없어 전혀 의료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통계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런 사정은 도시영세민의 경우에 있어서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 같은 실정은 무엇보다 그 수요에 비해 공공의료「서비스」의 공급이 형편없이 모자란 탓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시설과 인력을 합리적으로 공급하는 제도 자체가 뒤떨어진데 더 큰 원인이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공급과잉과 농·어촌의 부족이라는 이중구조는 이런 제도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알려지기로는 장기 국민보건대책을 중심으로 하여 4차 계획의 입안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었다 한다. 그러나 복지정책에 관한 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그 부담을 누구에게 지우는가 하는 문제다.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확대도 소비자 부담을 전제로 한다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이월일 뿐이다. 이점 4차 계획에서 구상되고 있는 다른 사회개발목표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부담의 한계를 전제로 하는 고 복지·고 부담의 일반원칙이 적용되기에는 너무 이르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의 주축이 되는 국민복지 연금이나 의료보험제가 법제화되고도 실행이 보류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결국 현 단계로서는 불가피하게 정부부담의 확대로 주도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경우, 재정의 기능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개발의 일부를 희생해서라도 의료혜택을 확대하라는 근자 대통령의 지시도 이런 뜻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정부가 대불 할 수 있으려면 우선 일정액의 기금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는 재정의 출연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가능하다면 공무원 의료보험제와 연결 지어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비 분할 상환제는 부분적인 의료보험의 효과를 가지는 점에서 유효할 것이나, 그 대상의 선경이나 상황기간의 장단에 따라서는 의외로 혜택이 제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결국 보다 복지적인 의료보험「제도」가 확립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경우에 저소득층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가능하도록 재정부담의 폭을 늘리는 일이 긴요하다. 이와 함께 전면적인 의료「서비스」체계의 정비도 시급하다.
계속 높아 가는 의료비부담을 사회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의료「서비스」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것은 국민의 의료혜택 균점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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