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값 급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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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경기가 당초예상보다 훨씬 급「템포」로 좋아지자 곡물을 중심으로 한 국제상품가격도 발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상품가격지수(31년 9월=100)는 이미 1천4백대를 넘어 지난 2개월 동안 1백67「포인트」, 즉 13%의 상승폭을 보였다. 「로이터」상품가격지수가 2개월 동안에 13%나 오른 것은 지난 73년의 원자재파동 때를 제외하곤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미국의 곡 물가에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는 「다우·존즈」지수도 2개월 동안에 32.8「포인트」즉 10·6%가 올랐다. 최근의 국제상품 가의 상승은 곡물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곡물은 작년의 재고정곡이 많았기 때문에 작년 가을이후 보합세를 보여 왔으나 4월말부터 콩을 중심으로 나란히 치솟기 시작하고 있다. 즉 콩은 75년 11월부터 근 6개월 동안「부셸」당 4「달러」선에서 저미 했으나 5월초에 5「달러」대를 돌파하고 6월 들어선 6「달러」선에 육박하고 있다.
콩 값의 상승은 세계적인 사료수요의 증가에 기인된다. 특히 미국서는 축산물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자 사료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4월 이후 미국의 사료판매는 전년 비 2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콩 값의 상승을 부채질한 것은 소련의 대량구매. 소련은 콩 뿐만 아니라 옥수수, 소맥 등까지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소련의 대량도매는 소련의 작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예고여서 벌써부터 국제투기 자 들을 자극하고 있다. 소련은 옥수수를 한꺼번에 4백35만t이나 샀다. 소맥도 차차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수요 면에선 국제곡물 값은 오를 추세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오름세가 더욱 가속될 것인지 혹은 주춤해질 것인지는 앞으로의 천 후에 달려 있다.
곡물수요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값이 그처럼 폭등하지 않는 것은 75년 미국의 풍작으로 인한 많은 재고이월이 「쿠션」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곡창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75년 작황은 옥수수가 전년 비 24%, 대두가 25% 증가여서 많은 재고를 76년으로 넘길 수 있었다.
금년에도 식수면적이나 이제까지의 작황에서 작년과 같은 풍작이 예상되고 있어 곡물수요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값이 폭등은 하지 않았지만 만약 이상기후라도 한번 와서 풍작예상이 평년작으로 바뀌면 또 한 번의 곡물파동이 안 온다고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곡물이외에「코피」「코코아」도 상승「템포」가 빨라지고 있다. 영국「파운드」화가 계속적으로 내려가자「런던」상품시장에선 환물 투사「붐」이 일어나「코피」「코코아」등을 대량 매점 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면화와 양모도 착실히 값이 올라가고 있다.
특히 면화는 미국남부의 일기불순 때문에 풍작은 기대하기 어려운 전망인데 세계경기의 회복으로 수요는 크게 늘어 가격상승을 재촉하고 있다. 비철금속 중에선 주석 값이 많이 뛰고 동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국제 원자재 값의 상승 때문에 각 국에선 경기회복에 역점을 두었던 정책 기조를 물가안정책으로 서둘러 바꾸고 있다.
세계경기의 회복은「인플레」의 재연이라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을 동반한 것이다.
【일본경제신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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