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들을 위한「원호」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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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잊을 수 없는 6월이 다시 돌아왔다. 현충일과 6·25가 들어 있는 6월은 통분의 달이자 동시에 추모와 감사의 달이기도 하다.
6월을 맞아 온 국민은 경건한 마음으로 빼앗긴 조국을 되찾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그들이 남긴 숭고한 뜻을 기리고 우리의 오늘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애국선열과 전몰군경 및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자주독립국가의 국민으로서의 긍지와 보람을 느끼면서 안정과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과언 이들 영령 앞에 한 점의 부끄럼도 없이 떳떳하며 이들의 거룩한 유지를 저버리지 않고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것인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차차 줄어들고 있지는 아니한가. 이들의 유족은 말할 것도 없고 불구의 몸이 된 유공상이용사들에 대한 원호의식이 흐려져 가고 있지는 않은가. 모두가 재삼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정부가 호국영령의 넋을 추모하고 국가유공원호대상자의 자립의식과 범국민적 원호의식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6월 한 달을「원호의 달」로 설정한 것도 이런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원호의 달에 모범원호대상자포상·불우 원호대상자 돕기 운동·자립지원사업촉진·국가유공자자활촉진대회·원호대상자위문·선열묘소 가꾸기 등 갖가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밖에도 원호사업7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14만 가구, 1백만 명의 원호대상자를 오는 80년까지는 완전 자립케 할 방침으로 원호대상자들에게 관허 업의 우선 허가, 각종 장기저리지원자금의 융자,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와의 결 연을 통한 원 활동, 직업교육과 직업알선 등의 지원을 적극화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사와 원호사업의 추진은 고래로, 나라 위해 큰 희생을 치른 이들에 대해 우리겨레가 느껴 온 전통적 보은의식의 발로인 만큼 국민각자의 심정에서 우러나는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꽃다운 청춘,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목숨을 바친 그들의 희생 위에 살아남은 우리들로서 그 은혜의 만 분의1이나마 보답하는 길은 해마다 망각의 지대로 밀려나고 있는 무의무탁한 유족들과 불우하고 가난한 유자녀들에게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표하는 일이요,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일이다.
이들을 돕는 방법도 종래의 일시적인 위문이나 쌀가마니나 보내는 고식적인 원호가 아니라 안정적 소득과 직결되고 자립의 기초가 되는 생산적·항구적인 생활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기업가들의 취업원호대상자의 고용증대에 깊은 배려와 협조가 요청된다 하겠다. 국가에 공이 큰 원호대상자들이 자립의식을 갖고 자활하도록 돕는 일은 값싼 동정이나 자선사업이 아니라 기업가를 비롯한 모든 국민에게 부과된 사회적 책임이요, 동포애의 발로며 마땅한 의무인 것이다.
올해 처음 제정된「원호의 달」에 영령들의 유가족과 신체부자유한 상이용사 및 원호대상자들에 대한 원호를 위한 범국민적 관심과 각성을 거듭 촉구하면서 그들의 거룩한 희생 위에 육신이 살아남은 우리는 양심에 털끝 만한 가책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굳은 다짐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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