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종합제철의 연환 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포항종합제철의 성공은 평가받기에 충분할 만큼 눈에 두드러진다. 그것은 단순히 한 국영기업체로서 경영지표가 개선되었다거나 이윤율이 제고되었다는 경영기법의 관점에서가 아니다. 기술축적이 전무한 불모의 영역에서 2백60만t수준의 2차 확장공사까지 완성해 낼 수 있었던 포철의 종합적인 역량에 대한 평가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거대한 「엔지니어링」이 짧은 공기 안에 가능하게 된 것은 모든 포철관계자들의 마음을 합친 노력과 땀에 전적으로 힘입었을 것이다. 특히 기술의 단절이나 시간과 재원의 한계까지도 극복한 기술진과 기능공들의 역량은 더욱 두드러진다.
포철은 2단계 확장을 마무리함으로써 이제 막 성년의 의식을 마친 셈이다. 비록 국제규모의 경쟁력에 비하면 아직도 만족할 만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한 구색을 갖춘 일관「시스템」을 완비함으로써「종합」제철공장으로서의 면모를 어느 정도 갖춘 셈이다.
연속주조공정이나 냉연공장의 도입으로 제품의 종류도 훨씬 다양해짐으로써 전후방 연환 효과가 증대될 것이다. 소재공업으로서의 역할이 증대된다면 그만큼 우리의 철강산업은 고도화되는 셈이며 이는 국민 경제적 요청이기도 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중화학공업, 특히 제철공업은 그 자체가 높은 성장주도효과와 기술혁신효과를 보유함으로써 사회적 생산력을 증대시키는 기간산업의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재공업, 생산재공업으로서 경제구조 내부의 자족적인 재생산체계를 구성하는 역할도 아울러 맡아야 한다. 이 점에서 볼 때 포철의 기능이 아직도 충분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특히 국내산업에 대한 전방연쇄효과는 아직도 미흡한 느낌이 적지 않다. 이는 포철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큼 충분한 시설을 확보하지 못한데 주로 기인한다.
따라서 포철로서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하루속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국내 산업과의 연관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일이다. 국내제철공업이 기간산업으로서의 본령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경기순환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안정적인 생산재와 원료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재생산구조의 우회 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누출도 가급적 억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점은 포철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딜레마」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시설확장으로 경제단위를 지향하는 한편으로, 국내산업과의 연관 효과를 증대시켜야 하는 어려움은 재정이 더 큰 역할을 하지 않는 한, 결국은 이른바 「트레이드·오프」의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점증하는 자본「코스트」나 원료확보에서의 난관들은 모두 이런 관계를 강화시키는 요인들이다.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장대라 할 수는 없다. 가능한 길은 보다 면밀한 장기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시설투자계획을 보다 신축적 있게, 현실성을 감안하여 조정하든 가, 아니면 양자의 공백을 정부재정이 보전하는 길 밖에 없을 것 같다.
그 어느 쪽도 그러함이 없이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포철의 과실을 기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두 토끼를 함께 잃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2차 확장을 끝내는 시점에서 정부나 포철은 여러 현안문제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한번 재검토하고 넘어가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