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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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월에 접어든다.
사계의 첫 장을 보내고, 이제부터는 여름이다. 하지만 기온은 어느새 30도를 오르내린다. 절후의 감각도 옛날 같지가 않은가 보다.
서양에선 6월을 가정의 달로 친다. 6월을 뜻하는「준」은「라틴」어의「주니스」에서 비롯되었다. 이 말은 가정이라는 뜻에서 유쾌했다. 『6월의 결혼은 행복하다』는 서양의 속담도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한 해 중 5, 6월이 가장 화려한 달일 것 같다. 신록이 눈부시고, 장미도 이 무렵이면 절정을 이룬다. 자연 역시 원숙한 경지에서보다는, 막 생명이 율 동하는 신록의 상태에서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6월의 시들을 읽어보아도 모두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우수의 한숨도, 회색의 빛깔도 찾아볼 수 없다.
『6월이 오면 온종일 나는 앉아 있고 싶네.
향기로운 건초 더미 위에서 그이와 함께.
그리고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의 궁전,
햇볕이 내려 쬐는 그 광경을 바라보고 싶네』
영국시인「R·브리지」의『6월 송』. 영국에선 한 해 중 6월의 풀(초)이 가장 기름지고 살이 오르고 부드러워 건초로는 제격이라고 한다. 시구 속의 건초는 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여름이라면 어딘지 한가하고. 낭만적인 생각들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잠시 교외만 벗어나 보면 그것이 얼마나 황당한 환상인가를 알 수 있다. 엊그제만 해도 가뭄으로 메마른 논바닥하며, 그 너머에서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히고 벼 심기를 하고 있는 농부들은 이제야말로 노동과 근면의 계절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길고 추운 것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여름도 길고 덥다.「쾨펜」이라는 기상학자는 섭씨18도를 열대와 온대의 경계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월 평균 18도 이상의 달은 6월부터 9월까지 넉 달.
이 동안의 기상은 온대의 그것이 아니고, 바로 열대성 기후를 보여준다. 우리는 3분의1은 열대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열대생활의 특성은 게으른 것이다. 우선 신체의 기능이 더위 속에서 활기를 잃기 쉽다.
따라서 행동의 의욕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야자수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잘 형편도 못 된다. 우리의 선 조들은 오히려 이 무렵이면 단오절과 같은 민속제로 기세를 올렸다. 하늘을 박차고 나는 그네뛰기며, 씨름이며…모두 여름의 문턱에서 맞는 행사들이다. 우리도 생활의「리듬」을 잃지 말고 활기 있게 여름을 맞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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