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에의 애착을 조형으로 발산|장발 작품초대전을 보고-이경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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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람의 일생은 소년·청장년·노년 세 단계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마찬가지로 예술가의 일생도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모방기·창조기, 그리고 보급기가 곧 그것이다.
이미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지 오래된 우석 장발선생의 경우 그가 과거에 무엇을 어떻게 했든 간에 추상적인 예술세계에서 인생을 회고하고 삶의 의미를 영원화 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예술가의 경우와도 마찬가지다.
우석은 도미이전까지 구상의 세계에서 자기의 예술을 추구했던 것이다. 그것이 도미이후에는 추상의 세계로 변신하였다.
이와 같은 구상에서 추상에로의 변신은 한 예술가의 연령과도 관계가 있지만 예술의 생리와도 관련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석의 추상세계에의 몰입은 곧 과거지향형이나 자연의 부정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거의 발상에서부터 정착에 이르기까지 추상이다. 그 추상의 수법은 우석이 몸에 지니고 있는 예술에의 애착이 조형적인 발산을 하고 구성적인 의도로써 하나의 작품을 이룩한다.
발묵과 중첩하는 붓의 움직임을 화면 가득히 전개시키고 그 사이사이에다 요약된 색깔을 아로새긴다. 금욕주의적인 자세랄까, 오랫동안 응축되어 있던 근엄한 생의 의지 같은 것이 만년에 분출한 것 같다.
충실공문과 공허공간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있는 그 곳에는 동서양화의 종합에서 오는 회화적인 이념이 강조되었다.
그의 생애에 처음 갖는 개인전이라 그것만으로도 우석의 생활태도를 엿볼 수 있으나 앞으로도 우석의 생전에든 볼 수 없는 작품전이라 「장발예술」의 전모는 아니라도 그의 어느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신세계미술관에서 30일까지) <미술평론·홍익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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