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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무인기는 등산객, 삼척은 심마니가 발견해 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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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10월 강원 삼척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 이모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무인기의 아랫부분. 검은 원 부분에 카메라가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카메라에 물이 차 있어 폐기했고, 카메라 메모리 칩에는 동해 해안가를 촬영한 사진들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진 국방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7일 오전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소집한다.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직후 열린 화상회의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의제는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항공기 대응책이다. 북한산(産) 무인기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안보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6일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한 무인기는 휴전선에서 130여㎞ 떨어진 곳에서 추락했다. 청와대를 찍었던 무인기보다 두 배가량 더 남쪽으로 내려왔다.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에는 동해안 일대와 삼척 광동호(호수)가 찍혀 있었다는 진술이 있어 군 당국이 조사 중이다.

 삼척 무인기가 동해의 1함대사령부를 거쳐 40여㎞ 남쪽의 울진원자력발전소까지 촬영했다면 예상보다 무인기의 작전 범위가 넓다는 결론이 나온다. 남한의 3분의 2가량을 정찰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무인기가 3대 잇따라 발견된데다 동체 안에 숫자 35가 적혀있어 북한이 금형틀로 대량 생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은 뒤늦게나마 전국적으로 수색정찰을 실시키로 했다.

동체 내부에 숫자 `35`가 적혀 있다. [사진 국방부]

군 주변에선 “잠수함은 택시기사와 꽁치잡이 어선이, 무인항공기는 주민들이 잡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96년 해군 감시망을 뚫고 강릉 앞바다로 들어왔다 좌초한 상어급 잠수함은 택시기사가 발견해 군 당국에 신고했고, 98년엔 동해안으로 침투한 잠수정이 꽁치잡이 어선 그물에 걸려 해군함정이 예인한 적이 있다. 2010년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 추진체도 군이 투입한 민간 어선이 건져 올렸다. 지난달 24일과 31일 파주와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를 등산객과 주민이 발견한 데 이어 6일 수거한 무인기도 약초를 캐러 산에 갔던 심마니 이모(53)씨가 발견하고 6개월 뒤 신고했다. 군이 찾은 건 한 대도 없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소정의 포상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포상이 아니라 군의 허술한 대비태세다. 군이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해 해안에서 경계근무를 했던 예비역 병사 A씨(26)는 “이전에도 수상한 물체를 상부에 보고하면 ‘레이더상에 잡히지 않았다’면서 묵살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군 복무 당시 목격했던 게 무인기가 맞다면 2~3년 전부터 북한이 남파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계, 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군이 수상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대비하지 않았던 셈이다.

 국방부는 무인기 대응 전력을 보강키로 했다. 권오한 합 참 전력부장(육군 소장)은 6일 “우리 군도 실시간 첩보수집을 비롯해 전시에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를 전력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군은 현재 지상 5㎞ 이내에서 작전이 가능한 저(低)고도 무인항공기(LUAV) ‘송골매’를 운용하고 있다. 중고도 무인기(MUAV)의 실전배치를 앞당기는 방안, 인공위성급 성능을 발휘하는 글로벌 호크 도입 을 조속히 추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군은 이번에 추락한 채 발견된 무인기 3대가 북한 것이라고 최종 결론이 나올 경우에 맞춰 영공 침범으로 간주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을 통해 여객기 운항중지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새로운 시각에서 소형 무인기의 예상 침투경로 를 정밀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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