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 된 '고시 3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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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변호사 강모(47)씨는 ‘고시 3관왕’ 출신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출신인 강씨는 대학 졸업 1년 전인 1995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3년 뒤엔 법원행정고시, 2000년엔 사법시험까지 합격했다. 이후 변호사로 승승장구해 한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까지 됐다.

 2011년 12월 강씨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주민 107명이 “공사가 늦어져 입주가 지연됐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낸 지체보상금 청구 소송을 맡아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얻어낸 것이다. 이렇게 받게 된 보상금과 이자는 4억9900만원이었다.

 하지만 돈은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강씨가 이듬해 3월 자신의 법무법인 통장으로 들어온 보상금을 빼내갔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도 보상금이 들어오지 않자 주민들은 법무법인에 항의했다. 강씨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결국 강씨가 속한 법무법인은 지난해 7월 아파트 주민에게 보상금을 대신 갚아준 뒤 강씨를 권고 사직시켰다.

 강씨는 지난해 4월엔 고향 후배 2명에게 “유명인사로부터 대형 연예기획사의 주식 매각 의뢰를 받았다”고 속인 뒤 투자금 3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증권업계 종사자였던 후배들은 강씨의 명성을 믿고 선뜻 돈을 줬다.

 강씨는 결국 같은 해 9월 수배자가 됐다. 지난달 27일 그는 성동구 옥수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총 8억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횡령·사기)로 강씨를 구속해 지난 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로챈 돈의 사용처를 추궁했지만 강씨가 진술을 거부했다”며 “도박 등에 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다 출동한 경찰관을 때린 혐의(공무집행방해)를 받고 있는 수원지법 안산지원 이모(51) 부장판사를 5일 소환 조사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오전 1시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술집에서 만취한 상태로 종업원과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경찰 조사에서 “일행이 술값을 계산한 걸로 착각해 종업원의 술값 요구에 시비가 붙은 것 같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추가 소환 조사 없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 판사는 지난달 24일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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